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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Jun 26.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휘황찬란한 광장 타임스 스퀘어

 뉴욕에서의 첫 저녁을 먹기로 했다. 도착시간이 늦어 다시 맨하으로 나가서 저녁을 먹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근처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봐놓은 승연이 덕에 숙소에 있는 부엌을 한껏 이용했다.


 토마토가 잔뜩 들어간 파스타를 만들고 닭다리를 구워냈다. 마트에서 사온 파도타기를 하는 그림이 그려진 작은 병맥주는 미국 맥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정도로 술 맛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길 정도로 맛있었다.   미국의 재료에 한국의 손맛이 들어간 저녁은 여느 식당에서 먹은 음식들 보다 맛있었다. 오후에 한 뻘짓의 길 끝에 먹은 맛있는 음식들은 아주 큰 행복감과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 잡기를 너무 잘했다 싶었다.     


 예술에 힘쓰는 사람의 집 답게 방에 티비는 없었다. (와우 가정집에 티비가없다니...)넘치는 포만감과 행복감을 안고 소화도 시킬 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낮고 넓적한 건물 덕에 옥상이 꽤 넓었다. 밤하늘의 별빛이 보이진 않았지만 저 너머 맨하튼이 아닐까 여겨지는 곳에서 보이는 빌딩 숲의 야경 아우라와 가까운 주변의 나지막한 풍경이 또 상당히 미국적이라고 느껴졌다. 대망의 미국 여행의 종착지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더욱 멋지게 보이는 것 같았다. ‘여기서 그림도 그리며 다고? 정말 낭만 있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며 옥상 산책을 잠시 했다.     

 

 무사히 숙소를 옮긴 거 말고는 한 거 없는 하루를 마칠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창가 쪽을 바라보았다. 가르마처럼 살짝 커튼을 친 창문을 통해 보이는 은은한 불빛들이 밤의 멋에 마침점을 찍고 있었다.


 ‘하아, 너무 멋지다. 난 역시 도시 남자구나. 도시의 밤이 이렇게 멋지게 다가오는 걸 보면...’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지막한 침대에서 대자로 잠이 들었다.   

   



 여행을 떠나온 후 지금까지의 숙소와 비교했을 때 에어비앤비의 단 한 가지 단점은 아침 식사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삼식이인 나는 아침을 먹지 않으면 기운이 나질 않는 탓에 뭐라도 좀 먹어야했다. 어제 먹고 남은 음식들로 대충 요기를 끝낸 다음 부지런히 외출 준비를 했다.

 

 하룻밤 만에 남의 방을 내 방처럼 느끼게 된 나는 아주 편안하게 주섬주섬 채비를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약간의 강박증이 있어 왔는데 다름 아닌 대장의 상태. 그 상태에 따라 하루 컨디션과 기분이 좌우된다고 해도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닐 정도이다. 에어비앤비에서는 떠나온 후 처음으로 나만의 화장실이 있어 아무런 신경 쓸 거 없이 편안하게 나의 대장 상태를 컨트롤 할 수 있어서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대장의 상태가 컨트롤 되고 나서야 비로소 외출 준비가 완벽해 지는 것이다.   

  

 여느 때 보다 완벽한 외출 준비를 끝낸 후 길을 나섰다. 열쇠를 두 바퀴 돌려서 문을 잘 잠그고 어제 저녁 때 보다는 훨씬 정감이 생긴 건물 복도를 걸어 나와 길로 나섰다. 이렇게 밝을 때 나와 보니 동네가 그리 적막하거나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고 정감 있거나 예쁜 구석이 있는 동네는 또 아니었다. 맨하튼으로 향하는 노선으로 지하철을 탔다. 정말이지 뉴욕의 지하철은 일단 더럽기도 더럽고 위험하기 그지 없어 보였다. 말로만 듣던 정말 쥐가 돌아다니는...와 진짜 닌자 거북이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아는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타임 스퀘어 그리고 여행 중에 알게 된 쉑쉑버거 정도였다. 광장을 좋아하는 나는 타임 스퀘어에 대한 기대감에 들 떠 있었다. LA에서 만났던 일행 중에 누군가가 뉴욕에 실망하고 일정을 계획보다 오히려 줄였다고도 했지만 난 그럴 리가... 설마 뉴욕이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고 나의 믿음과 기대감을 고스란히 지키며 타임 스퀘어를 향했다.     


 몇 번 몇 번 avenue를 찾아 가다 도착한 곳은 티비에서 보던 휘황찬란하고 어지러운 간판들이 둘러싸고 있고 사람들이 범람해 넘실대는 곳이었다. 내가 그리던 이미지를 충족시켜 주기에 부족함은 없었지만 생각만큼 거대한 규모는 아니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더 으리으리하고 거대하란 말이야! 하긴 생각해보면 광장이 이 정도의 규모라는 건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그 명성을 잔뜩 내뿜는 화려함이 주는 현기증을 즐기며 한동안 서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뮤지컬 공연 하나 안 보고 갈 수 있나 싶었지만 이미 라스베가스에서 과잉 지출된 예산과 높은 뮤지컬 관람료에 여우의 신포도로 생각하고 공연은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먹고는 살아야 했으니 이왕 먹는 거 유명한 햄버거를 먹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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