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자살한 장소를 내 손으로 청소했다.

by 티보치나


나는 엄마가 죽은 화장실을

아빠가 시키는 대로 내손으로 청소를 했다.


락스를 물에 풀고

걸레를 쥐고

타일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걸레를 짜면

붉은 물이 흘러내렸다

다시 문질렀다.

또 문질렀다.

그때 나는 내가 무엇을 지우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조용히 끝나고 있다는 느낌만 들었다.

엄마는 샤워기 줄에 목을 맨 채

한 손에는 피가 잔뜩 묻은 칼을 들고

그곳에 앉아있었다.

눈은 반쯤 감 긴 채로, 입은 반쯤 벌린 상태로.

번개탄 3개,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약봉투들, 그리고 담배꽁초.


공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죽음은 생각보다 아주 조용했다.


엄마가 죽은 뒤 내가 처음 한 일은

울거나 무너지는 일이 아니라

마스크를 끼고 화장실을 닦는 일이었다.



그날도 나는 늘 그렇듯 H의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전화가 울렸고,

휴대폰 화면에 '아빠'라고 떠있었다.


'엄마가 며칠째 집에 안 들어온다.

네가 와봐야겠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H에게는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셔서 병원에 실려갔다고 거짓말하고. 일을 멈추고

곧장 고향으로 내려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빠는 안방을 가리켰다.


"엄마는?"

"화장실 들어가 봐라."


나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

안방 문턱을 넘는 순간 이상하게 공기가 무거워졌다.

숨이 조금 막히는 느낌이랄까.

나는 한동안 화장실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어려웠다.


문 앞에 서있는 동안 공기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

이상한 탄 냄새와 약냄새,

그리고 오래 묵은 피의 냄새가

좁은 공간 안에서 무겁게 엉겨있었다.

리고 엄마를 발견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순간 목 안쪽이 천천히 타는 것처럼 따가웠다.

나는 한동안 숨을 깊이 들이마시지 못했고,

나는 몸이 서 있는 건지, 무너지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악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붙잡고 나는 112에 신고했고,

곧 119도 도착했다.

엄마의 시신은 수습되었다.

아버지와 나는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시신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특수청소업체를 부르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때 아빠가 말했다.


"그거 돈 드냐?"

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네가 해라."


그래서 나는 엄마가 죽은 화장실을

내손으로 치우게 되었다.

탄 냄새, 약 냄새, 그리고 오래된 피가 공기 속에서 무겁게 엉겨있었는데

나는 한동안 숨을 깊이 들이마시지 못했다.

거의 썩어가는 냄새였다.

나는 마스크를 끼고, 락스를 들고, 걸레를 들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노란 형광등 아래 타일 위에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화장실 타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해 보였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바라만 봤다.

걸레를 들고 있으면서도 어디부터 닦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무릎을 굽히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락스를 뿌리고 벽을 닦고 바닥을 닦았다.

나는 걸레를 쥔 채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대신 내 손만 계속 움직였다.

천천히 문질렀다

처음에는 거의 아무것도 지워지지 않았다.

걸레를 헹구고 다시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물을 부으면 타일 위로 붉은 물이 흘러내렸다.

다시 옅어졌다.

하지만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냄새는 코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목 안쪽이 서서히 타는 것처럼 따가웠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지 못했다.

마치 한번 크게 숨을 쉬면 그 냄새가 폐 속까지

들어와 영원히 남아버릴 것 같았다.

냄새는 점점 무거워져서 바닥 가까이에 가라앉아있었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냄새는 천을 통과해서 조금씩 안으로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번개탄에서 나오는

탄 냄새가 먼저 느껴졌고,

그 뒤에 약 냄새가 올라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냄새가 있었다.

그것은 썩어가는 시간의 냄새였다.

그 냄새는 코에서 끝나지 않았다.

혀 뒤쪽에 금속 같은 맛이 남았다.

나는 몇 번이나 숨을 멈췄다.

숨을 쉬지 않으면 조금 덜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숨을 참을수록 냄새는 더 또렷해졌다.

마치 그 공간 자체가 천천히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이후 어떤 걸 알게 되었다.

어떤 냄새는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걸레를 짜며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울음은 뭔가 어딘가 먼 곳에 잠겨있는 거 같았다.

대신 내 귀에는 걸레가 타일을 스치는 소리만 계속 들렸다

쓱,

쓱,

쓱,


그 소리가 이 화장실 안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내 손이 무엇을 지우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닦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생각이 따라오면 손이 멈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닦았다.

계속 닦았다.


그날의 냄새는 지금도 가끔 난다.

아무 이유 없이 어떤 공간에서 갑자기 스쳐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잠깐

다시 그 화장실 안에 마스크를 끼고

청소를 하고 있는 사람이 된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알고 있던 세계 하나가

조용히 끝났다는 느낌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뒤늦게 아버지 쪽 친척들이 도착했다.

그러나 슬픔이 없었다.

'끝까지 이기적으로 가네, 죗값 받은 거지 뭐'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엄마의 옷과 액세서리를 뒤졌다. 나는 그들 사이에 서 있었다.

계속 마스크를 쓴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았다.

나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엄마가 죽은 지 최소 사흘은 지난 것 같다고 했다.

아빠는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했을까

나는 그 질문의 답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아빠한테

단 한 번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때의 나도 그 일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슬픔도

분노도

아직 나에게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 이후

나는 내가 알던 세계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어떤 장면들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끝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자살 유가족을 '자살 생존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한참 뒤에야 이해했다.

죽음 뒤에 남겨진 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죽음 이후에도 삶을 버텨야 하는 사람들.

어떤 죽음은 남겨진 사람의 삶을 평생 붙잡고 놓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

그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