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막장 장례식

by 티보치나


엄마가 죽은 뒤 나는 슬퍼할 틈이 없었다.

애도는 나중의 일이었다.

먼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사람은 죽어도 일은 멈추지 않는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죽음에도 절차가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죽으면

정리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슬퍼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 순간 깨달은 게 있다.


누군가의 죽음은 한 사람의 삶을 끝내지만

남겨진 사람의 삶은 그날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알았다.

죽음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것을.

한 사람에게서 끝난 그 일이,

남겨진 사람에게는 수없이 반복되는 형태로 다시 시작되는 것을.

죽음은 끝났지만, 나는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엄마는 집에서 죽었다.

그래서 의사의 검안을 받아야 했고,

장의사를 불러 시신을 옮겨야 했다.

빈소를 정하고, 장례절차를 하나씩 준비했다.

나는 정신이 없었다. 나는 외동이다.

이 일을 함께 해줄 사람은 없었다.

아빠가 계셨지만 일은 결국 내 몫이었다.

아빠는 늘 한 발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염습과 입관이 진행되었다.

참관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인사만 했다.

엄마는 파랗고 차가운 얼굴로 누워있었다.

입술은 아주 조금 벌어져 있었고, 눈은 감겨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하지만

슬픔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정이 어딘가에서 멈춰 있었다.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을 준비를 했다.

부모님은 시장에서 오래 장사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빈소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외삼촌이 내게 다가왔다.

"엄마도 죽었는데 할머니가 엄마한테 준 유산

다시 내가 가져가야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는 빚이 있었다.

은행 빚뿐 아니라 사채까지 있었고,

내 명의까지 가져가서 신용카드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상속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 건 장례식에 찾아온

낯선 남자들 때문이었다.

조폭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죽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그 말은 협박처럼 들렸다.

그보다 더 기가 막힌 일도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모가 나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네 엄마가 나한테 삼천만 원 을 빌려갔어

근데 차용증은 안 썼어. 엄마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써야 했는데. 내가 엄마를 너무 믿었다."

그러면서 입금내역을 보여줄 수 있으니

돈을 갚아달라고 했다.


돈.

장례식에서 나는 위로의 말보다 엄마가 남긴 문제들을 하나씩 들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비참하게 만든 건

J와 그의 가족들이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J에게 부탁했었다.

가족들에게는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하지 말아 달라고.

그 사람들이 나에게 차갑게 대해왔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래도 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일 내내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 화장하는 날이 왔다.

사람이 한 줌의 재가 되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삶이 얼마나 허무하고 가벼운지 생각했다.

사람의 몸은 결국 이렇게 끝난다.

그렇게 긴 시간을 살아도

마지막은 너무 쉽게,

손에 담길수 있는 형태로

가벼웠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그 질문이 처음으로 내 안에서 떠올랐다.

그때 또 하나의 장면이 있었다.

엄마의 재가 바닥에 조금 떨어졌고,

청소를 하던 할아버지가

아무렇지 않게 엄마의 재를 빗자루로 쓸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충격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순간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은 항아리 하나에

한 사람의 삶이 들어있었다.

나는 유골함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 안에 한 사람의 삶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이렇게 작은 무게로 남아있다니.

엄마는 사라졌고, 나는 그 가벼움을 평생 들고 살아야 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현실은 계속되었다.

사망신고

보험금 청구

휴대폰 해지.

하지만 엄마의 보험은 자살이었기 때문에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

엄마가 남긴 빚은 약 1억 4천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상속을 포기했고

삼촌이 말했던 할머니의 유산도 포기했다.

나는 끝내 엄마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엄마의 휴대폰을 뒤졌다.

그 안에


"얘기 좀 하자,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 안 되면 어떡하자는 거야"


라는 메시지가 며칠 동안 계속 와있었다.

남자였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딸이라는 걸 알자

그 남자는 연락을 피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이었다.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왜 조문객이 적었는지.

왜 시장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는지.

엄마가 죽은 뒤에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은 계속 들렸다.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J가 내 곁에 있어줬다면..


하지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친척도

아버지도

그리고 그 누구도.

유품정리를 마친 뒤 나는 다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은 J와 J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소금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때 조용히 깨달았다.

지옥은 그곳이 아니라 여기서 시작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