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서사 02] 난로 곁에서 쓴 미발송 편지
[겨울의 서사 02] 난로 곁에서 쓴 미발송 편지
박순동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가 적막한 방 안을 채웁니다. 따뜻한 온기가 방을 채울수록, 역설적이게도 당신의 빈자리는 차가운 외곽으로 밀려나 더욱 선명해집니다. 나는 펜을 들고 꾹꾹 눌러 쓴 글자들 사이로 당신의 이름을 심습니다. 그리움은 겨울밤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져, 방 안 어디를 둘러보아도 당신의 실루엣이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계절을 살고 있는 걸까요. 나는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당신이라는 봄을 기다리느라 발등이 시린 줄도 모릅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들은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되었고, 나는 그 책장을 넘기며 당신이 읽어주지 않을 문장들 속에 나를 가둡니다.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지만, 당신이 없는 봄은 그저 조금 따뜻해진 겨울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26. 1. 7. 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