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서사 01] 한겨울, 얼어붙은 시간의 중심에서

by 박순동

[겨울의 서사 01] 한겨울, 얼어붙은 시간의 중심에서


작가의 말" 겨울은 모든 것이 멈춘 계절 같지만, 실은 가장 뜨겁게 무언가를 갈망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잎을 떨군 나무가 봄을 꿈꾸듯, 제 안에 남겨진 그리움의 조각들을 하나둘 꺼내어 문장으로 엮어보려 합니다. 이 글들이 우리 모두의 시린 손끝에 닿아 작은 온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길고 긴 겨울의 서사, 그 첫 페이지를 넘깁니다."

박순동


1월의 공기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폐부 깊숙이 박힙니다. 첫눈의 들뜸은 이미 오래전 누군가의 발자국 아래 다져져 단단한 얼음이 되었고, 세상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무채색의 침묵 속에 잠겨 있습니다.


내 마음의 지도는 여전히 당신이 머물던 그 따스한 계절 위에 멈춰 있는데, 창밖의 계절은 속절없이 깊어져만 갑니다. 길가에 쌓인 채 녹지 않는 저 눈더미는 어쩌면 내 안에 켜켜이 쌓인 당신에 대한 미련일지도 모릅니다. 햇살이 비쳐도 겉만 살짝 젖어들 뿐, 속은 여전히 시리게 얼어붙어 있는 저 눈들처럼 말입니다.


기다림은 창가에 맺힌 두꺼운 성에와 같아서, 안을 보려 할수록 손끝은 저려오고 시야는 뿌옇게 흐려집니다. 보이지 않는 길 위로 당신의 환청이 들려올까 싶어, 나는 새해의 소란함 속에서도 혼자 숨을 죽이고 밤을 지새웁니다. 당신이 오시는 길, 행여 발이 미끄러울까 걱정하면서도 당신의 선명한 발자국 하나가 이 차가운 얼음 위를 깨트려주길 간절히 바라는 나의 모순.


겨울의 한복판에서, 나의 그리움은 이제 지워지지 않는 단단한 결정(結晶)이 되어갑니다.


2026. 1. 4. 순동, 가장 순수한 색인 '흰색' 뒤에 숨겨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표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