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09] 산길에서 만난 분홍빛 환대

by 박순동

[봄에게 보내는 편지 09]

산길에서 만난 분홍빛 환대

박순동


굽이진 산길을 걷다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메마른 갈색 가지 끝마다 분홍빛 꽃망울이 일제히 입술을 오므리고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직 산등성이에는 잔설의 기운이 남아 차가운데, 가장 먼저 몸을 부풀려 길 위를 걷는 고독한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려 준비하는 진달래의 마음이 참으로 기특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너는 어찌 그리 부지런히 분홍빛을 채워왔니.


나를 맞이하기 위해 네가 보낸 그 인내의 시간들이 내 차가운 발걸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터지기 직전의 그 팽팽한 설렘 앞에서, 나의 그리움도 더 이상 아픔이 아니라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한 향기로운 마중이 되기를 빌어본다.

26.3.27. 진달래 맞이하는 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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