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10] 수줍음은 가장 뜨거운 준비
[봄에게 보내는 편지 10]
수줍음은 가장 뜨거운 준비
박순동
양지바른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연분홍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 너를 본다. 너는 어찌 그리도 조심스럽고 수줍은 태도로 이 거친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거니.
사실 나도 너처럼 참으로 수줍음이 많은 사내였다. 그 사람 앞에만 서면 마음속 말들이 엉켜버려, 차마 전하지 못한 고백들이 여전히 가슴속에 단단한 꽃봉오리로 맺혀 있다. 끝내 터뜨리지 못한 말들은 겨울내내 가시가 되어 내 안을 찔러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네 곁에서 배운다. 저 수줍은 꽃망울이 결코 유약한 멈춤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뜨거운 생명을 세상 밖으로 밀어 올리기 위해, 안으로 안으로 힘을 모으는 치열한 준비의 시간임을 말이다.
그 기다림을 견뎌낸 나의 뒤늦은 고백도, 저 꽃망울처럼 언젠가는 가장 환한 순간에 당당히 터져 나올 것이다.
26.3.29. 순동. 파주 감악산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