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12]꽃비 내리는 날의 약속

by 박순동

[봄에게 보내는 편지 12]

꽃비 내리는 날의 약속

박순동


바람이 한 번 크게 휘몰아치면 하늘거리는 분홍빛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길 위에 흩뿌려진다. 화려하게 만개하여 뽐내던 순간보다 더 가슴 뭉클한 것은 자신이 머물던 자리를 다음 순서에게 기꺼이 비워주는 저 뒷모습이다.


꽃이 진 자리에 더 짙은 초록의 잎이 돋아나 세상을 덮듯이, 나의 상처 입은 자리에도 이제는 더 단단한 생의 의지가 돋아나겠지. 흩날리는 꽃비 속을 홀로 걸으며 조용히 약속해본다.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고 눈물짓기보다, 내일 더 푸르게 다가올 시간들을 기쁘게 사랑하기로.


비워내야 비로소 채워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떨어지는 꽃잎 위에 눈부시게 적혀 있다.

26. 4. 3. 순동. 꽃비 내리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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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내리는 서울 대공원.jpg


여의도 벗꽃 2026-04-03 100604.jpg


청주 꽃비  2026-04-03 0956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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