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11] 파릇파릇한 기다림의 끝에서
[봄에게 보내는 편지 11]
파릇파릇한 기다림의 끝에서
박순동
이제야 너를 온전히 '새봄'이라 불러본다. 먼 길을 돌아 내 앞에 다시 서 있는 너의 연둣빛 소매 끝에서는 갓 깨어난 흙내음과 보드라운 햇살의 맛이 섞여 난다.
기다림이란 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형벌인 줄만 알았는데, 너를 다시 맞이하고 보니 그 시린 시간조차 나를 더 깊게 만드는 양분이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앙상했던 가지가 기적처럼 부풀어 오르고 딱딱했던 대지가 아기 볼처럼 말랑해지는 이 변화 속에 나의 해묵은 슬픔도 조금씩 연하게 희석되고 있다.
이제 나는 너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겠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순의 리듬을 따라 지나간 기억은 빛바랜 사진첩 속에 정갈하게 끼워두고, 오직 지금 이 순간, 나를 비추는 저 따스한 빛에만 내 온몸을 맡기려 한다.
26.3.31. 화창한 봄날. 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