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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 다온 Oct 03. 2023

개썅마이웨이로 살련다

내 스트레스의 8할은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이 스트레스만 줄이더라도 정신적 에너지는 물론 체력까지도 최소 절반은 아낄 수 있겠다. 일의 능률은 올라가고, 내게 필요한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개썅마이웨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거의 모든 행동과 선택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늘 오해받을까 두렵고, 부정당할까 불안하다. 내 존재의 초라함이 온몸으로 파고드는 기분을 견딜 수가 없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었거나 낯선 상황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이유도 대부분 여기에 있다. 상황 그 자체보다 ‘실수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너무 못나 보이면 어떡하지?’와 같이 불특정 다수의 시선과 그로 인한 자아의 흔들림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어렵고, 정당한 요구조차도 힘들다. 권위와 관습을 거부하지만, 쉽게 굴복하게 된다. 지레 겁을 먹고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오히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사서 고생만 하고, 타인의 시선 아래 나라는 사람도 결국 우스워질 뿐이었다.


이 글을 쓰는 데도 자꾸만 어떤 단어를 고를지, 비문은 없는지 강박적으로 검열하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정리되지 않은 글을 발행한다는 게 두려워 보관함에 쌓인 글만 한 무더기다. 그냥 그때그때 우러나오는 대로 적으면 될 것을. 그렇게 토해낸 글들은 메모장과 보관함에서 썩어가고 있다.


정말이지 절실하게 개썅마이웨이 정신이 필요하다. ‘개썅마이웨이’, 참으로 천박한 단어다. 그러나 욕지거리만큼 이 절박한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도 없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얼마쯤 천박하다. 뭐, 아님 말고. 내가 천박한 걸 어쩌겠나, 아닌 척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어찌 됐건 이러한 연유로 이 글은 이렇게 끝내고자 한다. 이 두서없는 글, 애매한 마무리가 지독한 타인 의식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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