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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 다온 Jun 16. 2024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아주 먼 곳에서부터 나를 향해

아주 천천히 오고 있을 당신에게


부디 안녕하기를, 아픔은 잠시뿐이기를


그러나

나 또한 여기서 당신에게로 가닿기 위하여

이 모든 상처와 고통과 절망과

지난한 시간의 파랑을 감당하고 있으니

당신 또한 당신이 감당해야 할 날들을

무사히 통과해 오기를


긴 헤매임 끝 두 삶이 맞닿은 그 날

우리 발자국으로 빚어낸 찬란한 풍경을 바라보며

그 모든 시간 속의 서로를 안아줄 수 있기를

그렇게 넓은 품을 준비해 마주할 수 있기를


오늘도 그 연약한 가슴에 깜빡이는

희망을 품은 채 하루를 살아냈을 당신


그런 당신의 밤이 평안하길 기도해


- 먼 곳으로부터 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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