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없는 엄마, 너는 그런 나의 아가 [0. ??]

by Hommy

2022년 12월 4일


일주일만에 쉬는 휴무일이다, 미용사인 나는 주말은 일하고, 평일에 쉰다.

그날도 그랬다. 이른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는 언니가 타투를 배우고 있어서 타투 모델이 되어주기로 몇주전부터 약속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약속시간은 2시, 지금은 11시.

휴무인데 왜이렇게 일찍 일어났냐고? 타투를 하기 위해서?

그것도 맞지만, 집에 계신 할머니를 피해 한가지 확인 할것이 있어서다.


원래라면 시작했어야 할 생리다.

분명 마지막주에는 시작했어야했다. 하지만 11월은 하지 않았다.

계속 생각을 해봐도 느낌이 싸했다.

겨우 일주일이지만

"그래, 밀릴 수도 있지" 생각하려 해도, 느끼는 감정은 마냥 불안하고 두렵고 긴장된다.


깊은 마음 속에서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몸에 무언가가 생겼노라고.

제일 먼저 누구한테 얘길해야 할까, 역시 남자친구가 먼저일까.

평생 모든 결정은 스스로하던 나에겐 너무나도 큰 과제였다.

무엇부터 해야하나, 산부인과? 임테기? 그래 일단 약국부터.

가장 반응을 정확하게 하는 임테기를 달라고 하자.


5000원짜리 임신테스트기를 샀다.

몰랐다, 임테기도 종류가 여러개인걸, 얼리가 있고 그냥이 있다.

얼리는 임신 극초기에도 반응을 한다고 하니 혹시 몰라 얼리를 샀다.

약국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화장실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보이는 만화책방.

'그래, 시간도 많이 남았고, 배도 고프고, 만화책이나 보자.'

가방에 대충 넣어놓은 작은 박스가 신경이 쓰였지만 그래도 만화책방을 향해 갔다.


보고싶었던 만화책을 보고, 음식을 시켜 먹고, 언제쯤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을 옆에 두고, 가방 속 임테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1시간 가량 만화책을 보다 화장실 신호가 왔다.

'지금이다!'

주머니에 임테기를 넣고 재빨리 화장실에 들어갔다.


항상 TV에서만 보던 임테기를 내손으로 직접 해볼 줄이야.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처음 사본 임테기여도 방법은 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변기에 앉아 꼬물꼬물 박스를 뜯고 봉지를 뜯고 처음 본 핑크색 뚜껑이 달린 임신테스트기.

'왜 임테기는 다 핑크색이냐....'


뚜껑을 여니 누가봐도 여기구나 싶었다.

혹시나 변기통에 빠트릴까 불안했지만 재빨리 집어넣었다 빼서 뚜껑을 닫았다.


'드라마에선 10분씩 기다리던데,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하나?'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몰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이게 왠걸.

엄청 빨리 흡수가 되는게 아닌가. 뚜껑만 닫았을 뿐인데 이미 핑크색 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설명서에 나와있는 오른쪽 선은 무조건 나와야 하는 선.

중요한건 왼쪽에 붉은 선이 떠오르는지.

그때 점점 떠오르는 붉은 선, 아주 아주 미세하고 옅은 왼쪽 선.

임신이다, 정말 내 안에 아기가 생겼다.


그때부터는 내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도대체 언제지? 이 자식한테 얘기를 해야되는 거겠지?'

'나만 이 고민을 할수는 없잖아, 그래 얘기하자.'

변기위에 앉아 왼손엔 임테기를 오른손으로 머리를 쥐어뜯던 나의 결론이었다.

우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마침 만화책방 시간도 다 되어 밖으로 나와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놓은 임테기만 만지작거렷다.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무작정 화를 내야하는 건지, 그렇다고 울어야 하는건지.

전화를 해야하는지 카톡을 해야하는지, 어쨌든 그 사람은 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의 남자친구는 공장에서 일을 했다.

괜히 전화를 했다가 일을 멈추고 받아야 해서 전화를 못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답은 하나였다.


딱 사진 한장, 두 줄이 보이는 임테기를 찍어 보냈다.

그리고 1이 사라질까 무서워 재빨리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카톡] 답장이 왔다.


[?]

물음표는 무슨 의미일까. 처음보는 물건이라 그런건지, 아님.... 진짜 몰라서 그런건지


'보면 몰라?'

[진짜?]


진짜냐고 묻는 말에 짜증이 났다. 싸움의 연속이 매일이었던 연애였다.

그런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남자친구의 대답에 나는 실망감이 있었다, 사실 전화해주길 바랐었다.

카톡에서는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통화를 더 좋아한다.

그걸 아는 남자친구인데, 전화하지 않는 남자친구에게 심통이 났다.

좋은건지 싫은건지 정확히 알수 없는 카톡이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보면 몰라?"

[지금 한거야?]

"어."

[와....]

"뭐냐, 좋은거야 싫은거야"

[진짜 좋아! 너무 좋아!]

"진짜로?"

[어!!! 어디야?]

"사당, 언니만나러."

[언제까지 있을건데?]

"왜, 어차피 못오잖아."


평택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말에만 서울에 오는 남자친구에게 일부러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내심 마음속에서는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좋아하는 감정이 느껴졌기에.


[주말에 빨리 갈게]

"알겠어, 일 끝나고 전화해."

[응. 잘 갔다 와.]


아주 조금 기분이 나아진 채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