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없는 엄마, 너는 그런 나의 아가[4. 꿈]

by Hommy

[태명 ; 아이를 임신한 엄마가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뱃속에 있는 동안 임시로 붙여주는 이름을 말한다.]

[태몽 ; 아이를 밸 것이라고 알려 주는 꿈.]


한국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태명과 태몽이 있다,

둘 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태몽만 알고 있다.

엄마한테 들은 나의 태몽은 엄청나게 커다란 복숭아였다고 했다.

그 복숭아가 너무 커다래서 품에 안아도 양팔을 넘칠 만큼 컸다고 한다.

심지어 엄마는 복숭아 털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꿈을 꾸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기도 했었다.

하지만 사는 동안 꿈이란 건 딱 2번 꿔봤다.


하나는 내가 공주였다, 우주의. 거기서 십이지신 장군들이 우주전쟁을 하는 꿈이었다.

이상한 외계인과 십이지신 장군들이 나를 둘러싸며 지켜야 한다며 소리치며 전쟁을 하는 이상한 꿈.

전에 화성의 박물관에 다녀와서 그랬나 싶기도 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옆,

십이지신 장군들이 있었다, 지나가며 장군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동물인지 세세하게 바라보며 올라갔었기에 기억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내가 투명인간이었다, 수영장에 있었다. 그것도 남자들만 있는 수영장에.

샤워실에서 동성연애하는 남자들의 애정행각을 몰래 숨어서 지켜.... 본건 아니고 소리만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이 샤워실로 들어간 틈을 타 나는 도망을 갔다.

이런 꿈을 꾸게 된 건 한창 BL만화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진 않을까 싶다.


솔직히 두 꿈 모두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꿈을 꾸기 전에 봤던 무언가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세포의 태몽을 꾸지 않을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나의 세포에게는 나를 대신해 태몽을 꿔준 세 명의 할머니가 있다.


첫 번째, 엄마의 굉장히 사나운 작고 예쁜 물고기


엄마는 열심히 걷고 있었다. 산책을 하는 건지, 등산을 하는 거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졸졸졸 시냇물.

그 앞으로 가보니 정말 작고 예쁜 색을 가진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내려오고 있었다.

엄마의 앞에는 작은 개울이 있었는데, 물고기들이 춤을 추듯 예쁘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구경하며 개울에 손을 넣어 물고기들 사이를 살살 움직이고 있었는데,

한 마리가 엄마의 손가락을 콱! 물었다.

엄마는 손가락에 통증을 느끼며 꿈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그때의 엄마는 나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분명 태몽인 것 같은데, 누구의 태몽인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느껴졌던 건 "누구 애인 지는 몰라도 성격 한번 더럽게 사납겠네!"였다.



두 번째, 이모의 거절하며 도망쳤던 금덩어리


이모는 꿈을 자주 꾼다. 특히 태몽 관련해서는. 그리고 그 꿈이 거의 맞았다.

그런 이모가 꿈을 꾸었다고 했다. 어떤 꿈이냐면,

이모가 재래시장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주름이 많은 할머니가 자꾸 금은보화를 주며

"이거 받아 가, 이거 가져!"

이모는 금은보화가 나오자마자 '이거 태몽이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괜찮아요, 저 필요 없어요!"

이모는 한사코 거절을 하며 할머니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을 쳤다.

구경을 하다 문득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세상에나 거절했던 금 덩어리 한 개가 주머니에서 나오더라.

그렇게 이모는 충격을 받으며 꿈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이모는 태몽을 인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사촌동생들에게 임신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임신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기에 서로들 아니라고 해 이모는 의아해하기도 했다.

'분명 태몽이 맞는데, 애들 중에 없으면 도대체 누구 꿈을 꾼 거야!' 라며 이야기도 했었다.



세 번째, 큰 숙모의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그러나 너무나도 불쌍했던 실뱀


사실 나는 큰 숙모가 태몽을 꿔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그래서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조금 놀랐었다.

"네 큰 숙모가 태몽을 꿨대."

설날에 가서 정확하게 태몽을 어떻게 꿨는지 물어봤었다.


"내가 진짜, 진짜로 뱀이나 벌레나 쥐 엄청 싫어하거든?"이라며 숙모는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숙모는 산인 듯, 공원인 듯, 어딘지 모를 곳을 계속 걷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새들이 바닥을 콕콕 쪼고 있는 걸 발견하고 다른 쪽으로 피해 갈까 하다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새들이 쪼고 있는 것은 아주 작고 얇은 은색의 실뱀 두 마리였다.

평생에 가장 싫어하는 동물 중에 하나를 뱀이라고 생각했던 숙모는 보자마자 경악을 했다.

'으, 뱀이야? 너무 싫다.'하고 지나가려는데.... 자꾸 마음속 어딘가에서 뱀들을 구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숙모는 그 작은 실뱀 두 마리를 품에 안아 들고는 집으로 향하는 중에 꿈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꿈에서 깨자마자 숙모는 외할머니에게 전화해 물어봤다고 했다.

[어머니, 이런 꿈을 꿨는데. 이거 뭐예요? 태몽이에요?]

"임신했대, 현주."

[네?!]

그렇게 숙모는 나의 임신사실을 할머니에게 전달받았다, 그것도 아주 충격적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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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은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대신 꿔주는 거라고 들었다.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는 나에게, 온 작은 세포인 너를, 나의 아이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너를 '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무 탈 없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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