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월 둘째 주의 어느 날
작년 12월, 의사 선생님께서 애기아빠와 함께 오라셔서 남자친구와 함께 병원을 갔다.
저번과 동일하게 튼이가 잘 자라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빠도 같이 들어가요~ 저쪽 옆문으로 돌아서 들어가면 돼요"
산모인 나는 치마를 갈아입어야 해서 옆 커튼으로
남자친구는 진료실 밖 옆문으로 함께 들어갔다.
나는 침대로 남자친구는 내 머리맡 의자에 앉았다.
길쭉한 초음파가 자궁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아기를 보여주셨다.
"아빠, 여기가 머리고요. 여기가 몸통.
지금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어요. 여기 보이죠?
심장, 이제 심장 소리 들려드릴게요."
'쿵쿵쿵 쿵쿵쿵'
힘찬 심장소리에 남자친구는 놀랐다.
임신소식엔 실감조차 나지 않았는데, 진짜 심장소리라니.
나는 못 봤지만 남자친구는 살짝 눈물이 났다고 했다.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 선생님께서 초음파 사진을 주셨다.
남자친구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꼭 첫사랑을 만난 사람처럼.
"아기는 낳으실 거죠? 우리 병원은 분만실이 없어요.
그래서 병원을 옮겨도 되고, 아니면 진료는 계속 보다가 중 후기 때 출산할 병원으로 옮겨도 돼요.
이건 엄마아빠 마음이니까 편하게 생각해 봐요."
선생님의 말씀에 순간 떠올랐다.
내가 아팠던 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아, 그럼 햇 X병원 같은 데로 가야 하는 거예요?"
"거기로 가도 되고,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로 가도 돼요."
"사실 제가 어릴 때 심실중격결손으로 수술을 했는데요, 5살 때 수술하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2년에 한 번씩 가다가 지금은 안 가고, 가끔? 가슴 아플 때만 가는데요.
이럴 땐 어떡하는 게 좋을까요?"
"아, 심장수술을 했어요? 어디서?"
"서울대병원이요."
"그럼, 안전하게 서울대로 가요. 내가 의뢰서 써줄 테니까."
"꼭 서울대로 가야 할까요?"
"꼭은 아닌데, 혹시라도 아이 낳다가 엄마한테 심장이벤트가 생기면 바로 처치를 해야 되는데, 햇X병원은 소아과는 있어도 흉부외과는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서울대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선생님의 말씀에 서울대로 가기로 했다.
사실 동네엔 오래된 그리고 엄청 큰 산부인과가 있는데,
주변에 다녀본 지인들이 많아 들었을 때, 너무 비싸다고 했었다. 또 제왕절개보단 자연분만을 더 권유한다고 들어서 처음부터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왕을 원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게 진통은 다 겪고 결국 제왕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엄마랑 이모가 그랬다고 했기에.
딸은 엄마 닮는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처음부터 제왕 하겠다 마음을 먹어놓고 있었다.
"다음 주나 다다음주에 서울대로 가요.
아기도 엄마도 건강하게 잘 낳고! 파이팅이야~"
선생님의 응원에 감사한다 인사드리고 병원을 나왔다.
사실 심장의 이벤트는 평생에 한 번이나 겪을까 말까 한
일이라, 처음부터 서울대로 갔어야 했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서울대는 3차 병원이라 의뢰서가 없으면 전부 자기 부담금이 되었을걸 알고 나니,
그래 동네병원부터 가는 게 정답이었다, 생각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와 핸드폰에 있는 서울대병원 어플을 열어
심장센터가 아닌 산부인과 예약창을 열었다.
영화관어플처럼 시간을 먼저 고르는 게 아닌 의사부터 골랐어야 했었다.
남자의사보단 여자의사가 더 진료보기가 편할 것 같아
골랐더니 예약가능일자가 없었다.
가장 빠른 날이 한 달 후......... 뭐 어쩌겠는가, 예약해야지.
그렇게 한 달 후, 서울대병원에 왔다.
접수를 하려 하니 의뢰서를 갖고 왔냐 물었다.
"네? 지금 없는데..."
생각해 보니 전병원에서 의뢰서를 안 받아왔었다.
"링크 알려드릴게요, 전에 다니셨던 병원에 전화하셔서
의뢰서 링크에 파일 보내달라고 하세요."
접수처에서 링크를 하나 줬다.
서울대병원에서 이용하는 의사들만 아는 링크인 것 같았다.
전병원에 전화를 해 원장님께 상황설명을 하니 ,
"알아요, 거기 사이트에 첨부만 하면 돼요~
걱정 말고 빨리 해줄게요~" 하셨다.
정말 5분 만에 의뢰서가 들어왔고, 접수를 하고,
순번표를 받았다. 진료를 하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이 3개나 있었다.
1. 화장실 가서 소변검사하기
2. 예진실에서 키/몸무게/혈압/최근상태 체크하기
3. 초음파실에서 초음파 찍기
이 세 가지를 해야 내 담당 의사를 만날 수가 있었다.
분명 나는 2시 예약을 했는데, 2시에 정작 의사를 만날 수 없었다.
2번은 그나마 괜찮았는데, 3번이 가장 문제였다.
서울대 산부인과는 접수처를 중심으로 좌 우 복도가 있는데
왼쪽은 부인과, 오른쪽은 산과여서 초음파는 두과의 환자들이 전부 찍는 거였다.
초음파를 찍기 위해선 한시 간이상 대기가 기본이었다.
임산부가 아니면 부인과질병으로 온사람들이었기에
분위기가 다운되어 보였다.
이상소견을 받아 정밀검사로 오신 분들.
검사결과를 들으시는 분들.
암 치료를 하시는 분들 사이에 임산부들이 앉아있었다.
나 또한 임산부인거지 결국 위험산모니까.
임신하고서 대학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었다.
병원 도착 2시간 후쯤.
담당 교수님을 뵐 수 있었다.
"초음파를 보니까 아기는 잘 자라고 있고요.
소변검사도 괜찮고, 혈압도 괜찮고, 다 좋네요.
왜 여기로 온 거예요?"
교수님의 질문에 당황했다.
분명 의뢰서에 써져 있을 텐데.
"아, 제가 5살 때 여기서 심장수술을 해서요,
전에 다녔던 산부인과 원장님께서 선천질병 없는 사람도
애 낳다 일이 생길 수 있는데, 수술이력 있는 저는 애 낳다가 심장에 문제 생기면 동네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의사가 없어서 처치가 안된다고 하셔서요. 여기엔 제 수술차트가 다 있을 거라 확인도 쉬울 거라고 그러셨어요."
"음.... 그러네요, 그럼 요새 불편한 건 없어요?"
"제가 작년 11월쯤? 코로나에 걸렸었는데요.
숨 쉬기가 힘들어져서 동네 병원에서 폐기능검사를 했는데, 폐크기가 2~30% 정도 쪼그라들었다고 해서요,
이것도 애기한테 문제가 될까요?"
"숨 쉬는 게 많이 불편해요?"
"엄청 불편한 건 아닌데, 호흡 자체가 많이 짧아졌어요."
"그럼 호흡기내과 협진 하고요, 흉부외과도 협진할게요.
지금 바로 예약하면 호흡기내과는 우리 다음 진료 때맞춰서 해도 되죠? 우리는 오후진료니까 거긴 오전이고, 호흡기내과 갔다가 여기로 오면 돼요. 그리고..... 흉부외과는..... 음....
우리 중기쯤 됐을 때 심장검사해 보죠.
그럼 우리는 2주 후에 봐요. 수고하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15분의 진료가 그렇게 끝났다.
이젠 튼이를 잘 키워내기 위해 나를 신경 쓸 차례가 왔다.
그렇게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