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없는 엄마, 너는 그런 나의 아가

7. 임밍아웃

by Hommy

병원을 옮기기 전, 산부인과에서 이미 임신확인서와

초음파사진을 받았었다.

하지만 가족들에겐 말하지 않고 지내다,

삼촌의 전화 한 통으로 모두가 알게 되었었다.

딱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내 부모.


나는 재혼가정의 딸이다.

정확힌 엄마는 재혼이고, 새아빠는 초혼이다.

나의 주변 모두가 안다. 우리 집이 재혼가정이라는 것을.

사실 내가 말했다, 누가 봐도 아빠와 난 1도 닮지 않았기에.


내가 생기기 전, 생부와 엄마가 만나기 전부터

지금의 아빠와 일터에서 만났다고 했다.

이발사인 아빠와 경락마사지사인 엄마.

옛날엔 이발소와 마사지가 함께 있는 곳이 많다고 했다.

그곳에서 둘은 처음 만났다했다.


그리고 엄마가 생부와 헤어지고, 나를 임신 중일 때.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의 모든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낳고, 기르는 동안에 꾸준히 곁을 지켰다고 했다.

사실 생부와 만나기 전, 아빠와 결혼허락을 받기 위해

할머니집으로 갔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빠를 반대했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보다 10살 많고, 부모님은 안 계셨고,

죽은 형의 아들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렇게 강한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헤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끝까지 엄마를 지킨 건 아빠였다.

자신의 자식이 아닌 나도 친딸처럼 여겼다.

5살 때, 아빠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


너무 오랫동안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파 울었었다.

"아빠아~ 배고파아~"

"뭐 먹고 싶어?"

"김밥! 김밥 먹고 싶어!"

"알겠어, 금방 사 올게. 기다리고 있어."


아마도 병원에서 식사량 제한을 걸었던 것 같다.

살이 과하게 찌면 심장에 무리가 갈 테니.

또 그때의 난 김밥 2알을 다 못 먹을 정도였는데,

그래도 그 조금이라도 먹이고 싶었던 게 아빠의 심정이지 않았을까 싶다.


몰래 커튼을 치고, 간호사선생님께 들킬까 조마조마하게

서로 고개를 숙이고 아빠가 주는 김밥을 새끼 새처럼 받아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아마 평생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아빠임에도 고치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었다.

바로 담배와 술.

사실 임밍아웃을 하는 주목적은

아빠가 조금은 줄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당시의 부모님은 포항에서 지내고 계셨다. 아빠의 고향.

그곳에서 지내신 지 벌써 15년.


남자친구와 함께 KTX를 타고 포항으로 가,

부모님을 만났다. 포항역으로 마중 나온 엄마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저녁은?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무거나~"

"회는? 안 먹고 싶나?"

"딱히?"

"초밥도?"

"사 먹었지~"


사실 입덧으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겨우 쌀밥에 고추장만 비벼먹는 게 다였다.

내 식성을 다 아는 부모님이기에 먹고 싶은 게 없다는 건

큰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었다.


집에 도착해 아빠가 사 온 회와 게를 조금 먹고,

엄마와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다.

미리준비한 아기 손싸개를 보여주며 초음파사진을 건넸다.


"그렇지? 어쩐지~ 느낌이 이상했어, 아빠 보여줘!"


엄마는 꼭 알고 있었다는 듯 새초롬하게 이야기했다.


"아빠, 담배랑 술 좀 줄이지?"

"와, 뭐 왜."

"아, 쫌! 이제 나이도 생각하지?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아이~ 시끄랍다!!"


짜증을 내는 아빠에게 아기 손싸개를 보여줬다.


"뭔데? 니 임신했다 이 말 이가? 그래서 이거 보고 끊으라고?"

"그래! 손주도 보는데 쫌 줄이라고!"

"됐다! 손 씻으면 된다!"

"으이씨! 입은! 입에서도 냄새나잖아! 옷에서도!"

"입도 물 헹구면 된다! 그리고 옷 뭐!!"

"씨.... 아예 샤워하고 만져!"

"아!!! 됐다! 안 본다!!"


내가 생각했던 반응은 이게 아니었는데....

임밍아웃은 실패했다.

아빠의 소원이 내 손 잡고 결혼식 들어가는 거라고 했는데.

그리고 아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빠이기에 당연히 기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싸움이 되어버렸다.


'그래, 조금 줄여볼게.'

그 말을 바란게 내 욕심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희망찼던 임밍아웃이 실패로 돌아갔다.


나에게 튼이는 축복이지만,

가족들에게 축복받지 못하는 게 꼭, 나 같았다.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살았던 제 마음 둘 곳 없이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떠돌이 같은...

그런 생각이 계속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킬 것이다, 내 세포 튼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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