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없는 엄마, 너는 그런 나의 아가[5. 아픈 애

by Hommy

나에겐 어릴 적 꼬리표가 하나

아픈 애, 20년도 못 살 애.


선천성 심실중격결손

태아 10명 중 1명이 발병될 정도로 굉장히 많은 질병이기도 하지만 고가의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절엔 오래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우리 집처럼 가난한 집에선 2~3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그 누가 댈 수 있었을까.

그때가 93년이었다.

IMF 이후 모든 직장을 잃은 내 부모와

하나밖에 없던 가게를 접은 할머니.

과연 누가 수술을 하게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그때나 지금이나 산부인과에 가 초음파를 찍는 건 똑같았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처음부터 알았을 거다.

심장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

그렇게 엄마는 7개월이 되었을 때, 선고를 받았다.


"애기엄마, 애기 심장소리가 좀 안 좋아.

지금 심장판막에 구멍이 3개가 보이는데, 피가 자꾸 그 구멍으로 새고 있어요. 자연적으로 막힐 수도 있고,

끝까지 안 막히면 막는 수술을 해야 돼.

수술 못하면 얼마 못 살 거야. 어떡할래요?"


엄마는 그 이야기에 순간 멍해졌지만 금방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3개가 다 안 막힐 수도 있어요?"

"자연적으로 막힐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뭐 한두 개는 막힐 수 있고, 다 막힐 수도 있고."


선생님의 이야기에 엄마는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3개의 구멍이 모두 막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 이후로 엄마는 거의 만삭의 몸으로 매일 절에 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절을 했다고 한다.

불상 앞에 고개를 박고, '제발 심장 구멍을 막아주세요.' 하며.

땀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엄마옆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도 나를 위해 함께 절하며 하늘에 빌었다고 했다.

'첫 아이를 허망하게 보내고 온 귀한 아이이니,

제발, 제발, 조상님께서 귀히 봐주시고, 지켜주시라'라고.


그렇게 나는 40주를 꽉 채워 태어났다고 한다.

다행히도 구멍 3개 중 2개가 자연적으로 막힌 채로.

그래도 온 가족은 다행이라며, 얼마나 경사냐며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3개 중 가장 큰 구멍이 막히지 않았기에 결국 수술이 필수적이었다.


2kg으로 태어나 곧바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후,

한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아직 아이가 어리기도 하고 구멍이 자연적으로 막힐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며칠... 몇 개월.... 1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주 아프긴 했지만

심장병으로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던 날들이 점점 늘어날 때,

나는 3살이 되었다. 할머니와 엄마의 지극정성으로 3년간 100원짜리 크기가 50원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은 크기가 더 작아질 것 같진 않습니다.

내년에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수술하죠."


결국 4살 여름 나는 개흉수술을 했다고 한다.

이때 나에겐 행운이 한번 찾아왔다고 하는데,

바로 이상용 뽀빠이 아저씨의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었다.

할머니가 이리저리 알아보신 결과,

후원을 받는다는 이야기에 전화를 하시기도 하고,

병원 측에서도 문의를 해서 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땐 몰랐지만 중학생 때, 할머니가 말씀해 주셨다. TV에 나오는 이상용 아저씨를 보시면서.


"저 사람이 너 살려준 사람이야, 수술비 대준 사람."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지만,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있었다. '뽀빠이 이상용 심장병'만 검색해도 나오는 기사들.

'진짜 나는 인생에 큰 도움을 받고 살게 된 아이구나'

이 마음은 간직한 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후, 그 끝에 도달했다.


"성인 되면 장기기증 서약서 쓸 거야."


도움이 없었으면 살지 못했을 작고 희미한 생명을 품고,

성장해, 학교를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후에 사망하게 되거든 꼭,

내 몸속에 있는 장기들을 사용해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기를. 성인이 된 해 이틀째에 장기기증 서약서를 썼다.

가족들 몰래.


이런 내가 성인이 되지도 못할거랬던 내가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튼이를 가졌다.


나에게 튼이는 큰 의미이다.

사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던 존재에서 새로운 존재를 몸 안에서 키우다니, 온 가족들이 걱정하던 것도 그거였다.

아무리 완치가 되었어도 출산과는 결이 다르다며.

그래도 나는 이 자그마한 세포가 아픈 애였던 나에게

와줌을 감사했다.


그 이후 나는 세상의 모든 신에게 빌었다.


"세상에 계신 모든 신님들, 하나님, 신령님들.

제 소원은 하나입니다. 제 뱃속에 있는 이 아이의 심장이

저같이 아프지 않은 아이이길 간절히 빕니다.

제발 저 같은 약한 심장 말고, 아이아빠처럼 튼튼한 심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소원을 매일 낮이든 밤이든 시간이 빌 때면 배를 만지며

빌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엄마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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