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없는 엄마, 너는 그런 나의 아가[3. 지키자]

by Hommy

퇴사를 하고, 내 몸속에 있는 이 작은 세포인 튼이를 위해

평소처럼 걸어 다녔다.

내가 운동하지 않으면 아이의 성장이 더딜까 봐.


다만 아직 가족들에겐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남자 친구에게는 낳자, 말자는 확답도 듣지 못한 상태였다.

솔직한 심정으론 남자 친구에 대한 나의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임신을 알고 좋아했던 남자 친구의 반응이 괜찮았기에 점점 더 좋아지기를 바라기만 했었다.


임신 10주 차에 친구들과 함께 연인동반/부부동반으로 스키장에 갔었다.

그들이 나의 첫 임밍아웃의 대상들이기도 했다.

나의 20대 시작을 함께해 왔던 친구들이기에 가장 먼저 말할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한자리에 모았다.

"보여줄 거 있어"

"뭔데?"

"짠!"

"뭐야!!! 진짜야?!"


초음파사진과 임산부수첩을 보여줬다.

다들 동그랗게 뜬 눈과 퍽퍽 내 팔을 치는 친구들.

놀라움이 가장 앞서있었지만 그래도 끝내 축하를 해줬다.


"축하해!!"

"그럼 결혼도 하는 거야?"

"그래서 일 관뒀구나?!"

"삼촌은 아셔?"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엄마의 사촌동생인 삼촌이 관리자로 있는 펜션이었다.

친구들은 나의 모든 걸 알고 있었기에

여러 질문들이 오갔다. 또 축하와 걱정을 함께 받았다.


가족들에겐 말하지 못한 채 꽁꽁 감춰두기만 했던

튼이를 친구들에게 말하고 나니, 축복 속에 있는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을 때에도

이렇게 축하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였다.


일정은 이른 저녁을 먼저 먹고, 스키장에 가는 거였다.

삼촌이 조카들과 친구들이 온다며, 닭백숙과 밥을 준비해 줬다.

우리가 챙겨간 김치와 고기를 삼촌이 직접 구워 주며 하하 호호 즐겁게 식사시간을 가졌다.


식사 도중 스키장 갈 차와 스키복 대여이야기가 나와

삼촌이 아는 샵으로 가기로 했다.

스키장에 가는 것이 나에겐 큰 문제가 되었다,

나는 스키를 탈 줄도 모르고, 짧은 시간이라도 강습을 받으라는 삼촌의 이야기에 좋다 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이 아니었다.

"스키 타도 돼?"

"왜? 너 어디 아파?"

삼촌의 말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사실대로 이야기하기 위해 주변을 쳐다봤다.


친구들은 눈치가 빠른지라 알아서들 자리를 비켜주었고,

하물며 남자친구도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임신했어...."

"뭐?!"

삼촌의 동그래진 눈과 올라간 눈썹이 심정을 대변하듯

놀람과 화가 동시에 느껴졌다.


"할머니랑 이모는 알아?"

"아니, 말 안 했어."


삼촌에게 가장 큰 걱정은 할머니와 이모였다.

전적으로 내편이 되어주는 사람들.

삼촌은 안다.

그들이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도 나를 어떻게 키우고,

길렀는지 항상 같이 있었기에 삼촌은 큰 걱정을 했다.



"나 낳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말할 때까지 얘기하지 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한테 전화를 했다.


"고모, 현주 임신했대."

[응?]

"애 가졌다고."

[... 그렇지? 맞지?!]

할머니는 말이 없어졌고, 옆에서 들려오는 이모의 목소리에

짜증의 표정과 원망의 눈초리가 삼촌 얼굴에 꽂혔다.



"누나 알았어?"

[저번에 꿈꿨어! 내가 지한테도 얘기했었는데?]


결국 할머니의 핸드폰을 빼앗아 이모가 본격적으로 통화를 했다.


"지금 10주라는데?"

[언제 알았대? 그럼 일찍 알았네, 이 년이 진짜.]

"누나는 언제 태몽 꿨는데."

[지지난 준가 그래, 걔 옆에 있어?]

"응, 듣고 있어"

[너 서울 와서 봐.]

"... 알았어"


통화가 끝나고 삼촌에게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전화를 왜 해!!! 내가 말한다고 했잖아!"

"네가 말을 해? 차라리 지금 얘기해서 가서 덜 맞아라"


삼촌의 의견은 가서 말하고 맥시멈으로 오른 할머니와 이모를 감당하는 것보다 지금 얘기먼저하고 3일 후에 혼나는 건 다르다는 거였다.


차라리 내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자신이 이야기하는 게 실드를 쳐주기가 좋았다는 이유였다.


그 후 나는 몰랐지만 스키 타러 간동안

삼촌은 이모와 할머니에게 전화해 애가 혼날까 걱정 많이 하니 서울 가서도 많이 혼내지 말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내가 서울 가기 전에 해줬다.


서울로 가는 시간 동안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튼이를 지키기로 약속했으니까.

우리는 이 세포를 튼이를 만나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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