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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수 May 09. 2024

계기

나의 이유


내가 재테크를 시작한 계기는 스스로에 대한 지긋지긋함이었다. 직장인이 되어 월급을 받고 산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돈을 모으는 습관과 불릴 계획이 없었다. 학생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고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었다. 회사에서의 프로페셔널함은 기르고 있었지만 회사 밖 자본주의 플레이어로서는 허접한 감자였다. 언제부터 제대로 하긴 해야 되는데 생각만 하며 덮어둔 불안감이 있었고, 그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며 살고 있었다.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관성을 거스르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월급의 절반만 쓰자는 결심이 무색하게, 일본여행 (지금이 제일 저렴하기에), 회사 커피 (나만 안 먹기 난감하기에), 지각으로 인한 택시값 (늦을 수는 없기에) 등이 본의 아니게 지출되고 있었고, 어느새 그런 결심을 했다는 것 자체를 까먹고 있었다. 또 다른 실패의 경험이 쌓였고 이는 무의식적인 회피 혹은 의식적인 정신승리로 변모하였다 (즐기고 살자).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이는 단순히 미루기에 불과하며 나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충분히 성숙한 사람인데, 재테크에 한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에세끼처럼 굴고 있었고, 이 반복되는 상황이 지긋지긋해지고 있었다.


자격지심도 재테크를 시작한 하나의 계기였다. k-MZ인 경우, 30대에 도달할 때까지 나를 대리하여 설명하는 여러 해시태그가 생긴다. 어느 대학교를 졸업했고,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고 (산업의 비전, 연봉, 성과급), 그리고 잠재적인 부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 이 잠재적인 부의 규모란 말 그대로 내가 잠재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의 규모로써, 나의 부를 넘어서서, 부모, 형제, 배우자, 그리고 배우자의 부모의 부를 포괄한다 (모두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라 생각한다). 이 해시태그가 나의 바쁜 일상에 깊은 태클을 건 적은 없었다. 그러나 유튜브에 흥행하는 올드머니 콘텐츠와 이를 예찬하는 댓글을 관조하던 나에게는 늘 은은한 자격지심을 안겨주고 있었다.


가끔은 있는 줄도 몰랐던 열등감과 머릿속이 직선으로 개통될 때도 있었다. 독서모임에서 만나 가까워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는데, 만날 때마다 주로 나의 회사, 연봉, 나와 나의 부모님이 사는 동네, 경제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생활패턴을 묻더니 계산을 다 마쳤는지 바로 잠수했다. 내 친구들은 그래도 네가 에스파처럼 생겼다면 분명 사귀었을 테니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격려했으나, 그런 이유로 내가 누군가로부터 거절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내 머릿속을 초라함과 수치스러움으로 가득 물들였다.


그러나, 항상 그랬듯, 모두 며칠만 지나면 일상의 다사다난함에 밀려 다시 수면 아래로 잠길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쿨타임을 기다리지 않고 종료 버튼을 조졌다. 나의 불안과 자격지심은 나에게 어서 우리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라는, 지속적이고 강렬한 신호를 주고 있었다.


우리의 이유


직장인 월급만으로는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결국 나는 다른 이의 사업체를 위해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지불받는 삶을 살고 있었다. 회사는 항상 가급적 최소한의 보수를 나에게 지불하려 할 것이었다. 나의 소중한 독자는 저기 당연한 것 아닌가요 설마 모르셨는지 라고 말하고 싶을 수 있다. 내가 흠칫했던 점은 나는 항상 출퇴근하기 바빠 이 진리를 떠올린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매일 내 머릿속에는 회의, 보고,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월급에 대한 고대… 돌아와서, 내가 지금 영위하는 일상은 조급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걱정되거나 경제적으로 불행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안정적인 미래가 담보되는 정도도 아니었다. 내 인생을 빨리감기 했을 때, 먹여 살려야 하는 입이 늘어날 것은 명백하였으나 이 사람의 월급통장이 이를 모두 커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가끔은 나의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전제가 흔들릴 때도 있었다. 회사 매출 감소, 인원 감축, 부장님의 퇴직 (무엇보다 퇴직하심에도 회사는 무탈히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을 겪을 때면 언제라도 지금의 일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엇, 회사라는 소속이 없어지면 난 뭐가 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PM이기에 피어오르는 모든 불만과 짜증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었다. 이런 생각이 내가 가진 돈을 불려보는 생각으로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직장 내에서 스스로의 효용가치를 더욱 증명하는 쪽으로만 진척되었다 (직장인 알고리즘).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나는 이 시대의 기본적인 룰도 모르고 있었다. 회사 밖에는 상사와 데드라인이 없었고 한 명의 자유로운 경제인인 나는 아무 압박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었다. 이 인간의 주변에 있는 다른 어떤 이들은 세상의 이치를 일찌감치 깨닫고 자본의 몸집을 키우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중엔 직장인 투자자도 있었고, 직장인이 직업 중 하나인 사람도 있었으며, 한때 직장인이었던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자신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 자유로운 경제인은 누군가를 붙잡고 왜 나에게 여태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던 거냐고 원망하고 싶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지금의 이야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내 현금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진실이 있다. 물가 상승률이 연봉 상승률을 상회하고, 돈을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현금을 다른 자산 유형으로도 바꿔두어 다양한 충격의 여파에 대비하고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인은 쎄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여유를 즐기고 있는 돈이 괘씸하기도 하다. 돈도 일할 수 있는 시대인데 같이 일하는 게 맞지 않을까?


또 지금처럼 직장인이 투자하기 쉬운 때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용할 시스템과 액세스 할 수 있는 정보가 만연하다. 나는 재테크 궤도에 오르는 과정에서 150권이 넘는 경제/금융/재테크 책을 읽었다. 그중 어떤 책들은 10년, 5년 전에 쓰인 책들이었다. 놀라웠던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금은 당연히 사용하는 여러 재테크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지금은 개인투자자를 위한 서비스가 많다. 바쁜 직장인이라도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도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경제대공황 이후 주식/부동산 폭등 그리고 폭락 이후 보합 및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주식시장도 매우 과열된 상태가 아니며 부동산도 매수인 우위인 상황으로, 침착하게 투자 공부를 시작하기 좋은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앞으로 이야기할 것들을 위해 당신을 향한 긴 설득을 마쳤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기 전/후로 재테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언젠가는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k-직장인에게는 항상 재테크에 대한 마음의 숙제가 있다.


불안감에 스타트를 끊었던 것은 맞지만, 재테크를 시작하고 나니 돈을 모으는 재미와 불리는 재미를 알게 되어 더 행복한 일상을 살고 있다 (생각지 못한 도파민 노다지). 또 직장 너머 나의 많은 미래를 떠올릴 수 있게 되어 더 열정적인 일상을 살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경제와 돈을 공부하며 이전에는 몰랐던 일상 속 자본주의를 알게 되었다. 주식을 공부하며 회사의 생리와 투자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고(우리 회장님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 부동산을 공부하며 국가와 도시 그리고 가족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면서 몰랐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이를 알아가며 여러 번 개안하고 있다.


예전에는 언젠가 재테크를 시작할 때는 결심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결심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여러 진실과 진리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어느새 연둣빛 잔디리그에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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