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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Nov 30. 2021

아줌마가 원어민 수준 영어하기까지 Seven

'데이트 하다'와 '죽이다' 영어에선 같은 표현

영어 단어의 다양한 의미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 견해인데, 영어가 어려운 이유중 하나는 영어 단어 하나가 여러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 '눈'이란 단어는 '보는 눈'과 '하늘에서 내리는 눈', 이렇게 두가지 의미가 있다. 동음이의어라는 어려운 용어로도 불리는 이런 단어들이 한국어에도 있다.


그런데 영어엔 이런 단어가 수도 없이 많다. 예를 들어, 친환경 용어로 요즘 한국에서 익숙한 'sustain'이란 단어는 사실 미국 법정에서 많이 쓰인다. (미국에선 형용사형인 sustainable 아니면 명사형인 sustainability가 친환경 용어와 관련해서 더 많이 쓰인다) 검사가 피고인을 심문하는데, 필요 이상의 과도한 질문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변호사가 '반론(objection)'할 수 있고, 그 반론이 받아들여 지면 증인은 검사의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때 판사가 검사의 질문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sustain'이라고 말하고, 증인은 검사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한다. (법정 영화 같은데서 사용되니까, 신경써서 들어보도록 하자) 환경을 일정 수준으로 보존하는 거나, 검사의 질문이 유효하니까 그대로 둔다고 하는 거나, 의미가 일맥상통하며 비슷한 뉘앙스를 갖는다. 


대학 재학 당시, 교내 캠퍼스에서 수강하였던 어휘(Vocabulary) 강좌를 통해 나는 이러한 영어 단어의 넓은 세계를 처음 알게 되었고, 십 몇년 후 미국에 가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보니 단어 하나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뿐 아니라, 관용표현 역시 마찬가지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즉 컨텍스트에 따라 같은 표현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관용 표현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컨텍스트


2014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앞두고 있던 영화 <The Interview>의 제작사인 소니 픽쳐스가 테러리스트 집단에 의해 영화 개봉 취소 협박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스카이라크(David Skylark, 제임스 프랭코 분)라는 미국의 유명 TV 쇼 호스트가 북한의 김정은을 인터뷰하러 평양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일을 드라마화한 코미디이다. (이 영화 리뷰는 이전 글 참조)


극중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겐은 김정은 인터뷰가 정해진 후, 이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밤새도록 신나게 여자들이랑 논다. 그 다음 날 아침 여자 CIA 에이전트의 방문을 받는데, 술과 잠 그리고 x약에서 덜 깬 어리벙벙한 이 둘을 앉혀놓고 에이전트가 은밀하게 이런 말을 한다.


"You two are going to be in a room alone with Kim, and CIA would love it if you guys could take him out."  


눈치가 없는지 상상력이 부족한 건지, 이 둘이 하는 말.  


"Coffee?"

"Dinner?"

"Kimchi?"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CIA 요원이 하는 말을 둘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take out'의 의미를 물어보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이 다르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사 take에 전치사 out는 합쳐서 관용 표현(idiom)이 된다. 이 관용 표현의 대표적인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자.


Take Out


미국에서 외식은 일상사이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주문받을 때, 캐쉬어가 마지막에 물어보는 말이 이것이다. dine in or take out? 즉, "여기서 먹을 건가요, 아니면 (집에) 가져가서 먹을 건가요?" 음식을 밖으로(out) 가지고 가는(take) 것이기 때문에 음식을 집에 가져가서 먹는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먹는다고 하면 주문한 음식을 트레이에 담아주고, 집에 가져가서 먹는다고 하면 봉지에 담아준다.  요즘 한국에서도 테이크 아웃 음식 문화가 발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이 표현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처럼 ‘take out’의 기본 의미가 뭔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표현을 감정과 함께 사용하면 '(화를) 내다, (분노를) 표출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Psychopaths usually take anger out on people they don't personally know.

(사이코패스는 대부분 자기가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세번째로 이 관용 표현을 사람과 함께 사용할 경우, 밖으로 데리고 나가 외식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I'd like to take you out to dinner.

(내가 당신 저녁 한번 사주고 싶어요)


이때 'take out'은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잔 의미이지만, 상황에 따라 데이트 신청 또한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 속 <디 인터뷰>의 CIA 에이전트가 'take him out' 이러니까, 미국 언론을 대표하는 두 명의 칠푼이 저널리스트들은 '커피 마시면서 좋은 시간 보내라구?' 아니면 '저녁먹으면서 좋은 시간 보내라구?'  '그것두 아님 김치 먹으면서 좋은 시간 보내라구?'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거다.


그럼 마지막으로, 멀쩡한 사람을 ‘take out’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산 사람을 바깥 (저세상)으로 데리고 간다는 말은 곧 그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가 된다. CIA 에이전트는 두 명의 저널리스트가 인터뷰한다고 김정은과 단 둘이 있는 기회를 이용해 그를 죽여줬음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You two are going to be in a room alone with Kim, and CIA would love it if you guys could take him  out."

(당신 둘은 방안에 김정은과 단둘이 있을 거잖아요. 그러니 당신들이 김정은을 죽일 수만 있다면 CIA는 아주 좋아할 거예요.)


이처럼 'take out'은 여러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데, 근저에 깔린 의미는 모두 뭔가를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이다. '무엇'을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는지 컨텍스트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뿐이다.  우린 여지껏 이런 관용 표현을 숙어라고 외워왔다. 설상 처음 접하는 표현이라도 기본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면 문맥에 비추어 관용 표현의 뜻을 추론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컨텍스트가 중요하다. 글을 읽다가, 미국인과 대화를 하다가, 모르는 표현이 나온다고 당황하지 말고 먼저 문맥을 따져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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