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북스 01.
꿈에서 깼다. 꿈에서는 엄청 울었던 것 같은데 꿈과 현실사이의 나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지 눈가에 눈물이 전달되지 않았다.
오늘 꿈은 생생했다. 어릴 때 좋아했던 만화 <로미오>의 한 장면인 것 같았다. 아름다운 도시 이탈리아. 그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아이들이 집들마다 굴뚝을 청소한다. 굴뚝청소부 아이들의 표정이 해맑다. 굴뚝을 쓸고 나면 얼굴과 몸 여기저기에 까만 재가 묻어 더럽혀졌지만 아이들은 아무 상관없다.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친구가 있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육체적 힘듦보다는 정신적 외로움이 언제나 한 수 위인 것이다.
하지만 어릴 때 봤던 만화에서처럼 꿈에서도 시간이 지나자 로미오의 친구들이 떠나간다.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로미오는 눈물을 흘리며 달린다. 나는 꿈을 꾸며 꿈속에서 생각을 한다. 어떡하지. 다 떠나버렸네. 이제 로미오에겐 아무도 남아있지 않네. 어떡하지. 로미오는 슬프겠다. 어떡하지? 꿈은 이렇게 끝났다.
로미오를 걱정하다 깨버렸다. 잊고 있던 만화가 꿈에서 이리도 생생하게 나오니 신기하기도 했다. 기억에서 흐려졌던 <로미오>였는데... 옛날 기억이 난다. 이 만화를 보고 슬퍼서 울고 있었을 때 아빠가 붕어빵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서러움도 잠시, 내게는 가족이 있음에 안도하며 따끈한 붕어빵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이제 나도 로미오와 다를 바가 없다. 꿈에서는 분명 알려주는 거다. 이제 너는 혼자라고. 동료도, 가족도, 친구도 없이 나는 잘 살 수 있을까?
이사 온 새 집에서 처량 맞은 꿈을 꾸다니 내 멘탈이 확실히 무너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다면 역시 휴직신청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내 마음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위험 신호를 놓치는 건 소방관이 아니지. 우선 약으로 이겨내 보자. 내 마음에 불을 끄고 나면 그땐 정말 돌아갈 수 있겠지... 나는 ‘멋진 소방관 강감찬’의 딸 강설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