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
네일숍에 가면 손톱에 어울리는 색깔을 찾으려고 여러 개의 핑크색을 칠해본다. 프렌치 스타일에 예쁠 것 같은 핑크가 있고, 누디톤에 맞는 핑크가 있고, 화려한 스와로브스키나 진주를 붙여 화려함을 더해주기에 어울리는 핑크가 있다. 계절에 따라서도 핑크의 범위는 광대하며, 다른 색깔을 고르더라도 손가락 하나 정도는 핑크를 칠해서 포인트 줘도 예쁘다. (이 정도면 핑크 예찬론자인가?) 하지만 최근에 네일숍에서 내가 들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손님처럼 핑크색 네일 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네? 제일 많이 하는 색 아니고요?”
“의외로 핑크 좋아하는 분들 별로 없어요. 직업 특성상 튀게 못하는 분들이나 손톱 색과 비슷한 핑크색을 칠하시죠.”
이쯤 되면 핑크색을 좋아하는 내게 사람들이 묻는 단골 질문이 가시가 박혀있던 질문임을 알게 된다.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어? 애도 아니고 핑크는 언제까지 좋아할 건데? 어릴 때 공주병 심했구나? 등과 같은 질문들.
여러 가지 색깔 중에 단지 핑크색을 좋아하는 것뿐인데 개인의 취향이 유독 핑크색을 보는 것에 있어선 선입견이 깔린 듯하다. 내가 핑크에 대한 글을 쓴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왜요? 그걸로 뭘 써요?”
사람들의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그제야 왜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유별난 눈초리로 보는지 살짝은 이해할 수 있었다. 왜 핑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핑크 덕후’라는 말로 내리까는지도. 나는 지금껏 내가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핑크를 오래 좋아해 온 것만으로도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핑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소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려고 하는 수작 정도로 보이는 것 정도였는지 살짝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이럴 때일수록 핑크에 대한 글을 남겨야 했다. 아니, 핑크에 대한 글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 개인의 사적인 취향에 대한 글이다. 내가 얼마나 이 색깔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그래 왔는지를 남기고 싶은 것뿐이다.
좋았던 추억과 물건들 중에는 핑크가 많았기 때문에 사라져 버린 물건들을 따로 수집해놓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나의 기억에 있는 핑크들을 끄집어내어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고 싶다. 옛날에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던 시절, 테이프에 좋아하는 노래만 녹음하여 가지고 다니던 것처럼 말이다. 그저 기억으로만 남기기엔 핑크는 사랑 그 자체다.
핑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실된 마음이 왜곡되어 비치는 것이 싫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조금씩 느끼는 것은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사람들의 호감을 전부 살 수 없다는 것.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겠지만, 그럼에도 핑크에 대한 진심만큼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의 마음이 느껴지나요?
그랬다면 반은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