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띄엄띄엄 들은 건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잘 차려입은 정장을 입고 OT 여행을 떠나는 버스에 어리둥절하게 타고 있었다.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고 하여 엄마가 마음먹고 비싸게 사주신 옷을 한껏 차려입었는데 다들 왜 트레이닝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는 건가 싶었다. 모두들 나를 이상한 눈으로 힐끗힐끗 쳐다보았지만, 서로 잘 모르기에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일은 다행히 없었다.
버스에서 한 명씩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처음으로 뾰족한 구두를 신은 불편한 걸음걸이로 덜컹거리는 버스 앞쪽으로 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무척이나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선 노래를 불렀다.
"마주치는 눈빛이 이이~~~ 무엇을 말하는 지이~~~~ 난 아직 몰라아~~ 난 정말 몰라아~~ 가슴만 두근두그은~ 아아~ 사랑했나봐~~~"
사람들의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너무 잘 불렀나?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란 건가?
조금 더 간드러지게 불렀어야 하나?
그 상황이 뭔지, 어떻게 그 분위기를 해석해야 하는 건지, 나는 그래서 노래를 계속 이어 불러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쭈뼛쭈뼛했다. 처음 입은 정장만큼 그 어색하고 당황스럽고 낯설었던 느낌만 강렬하게 남았다.
그리고,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치 필름 끊어진 영화처럼 간간히 동기들이 자기소개를 했고, 남녀 모두 섞여 자연스레 술을 먹는 분위기가 몹시도 어색했고, 술을 먹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
백지장 마냥 물음표 투성이었던 내 스무 살의 시작은 이불킥을 부른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무얼 해도 용서되는 무적의 스무 살이었으니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스무 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