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설계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러분 혹시 계단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휠체어를 탄 사람이 그 리프트를 이용해서 계단 위아래를 이동할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
이 휠체어 리프트를 보실 때 혹시,
“왜 굳이 휠체어 리프트를 사용해야 하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훨씬 더 편리하고 안전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특별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선한 행위로 여깁니다. 그래서 종종 굉장히 좋은 마음과 의지로 그들을 위한 특별한 장치를 “추가”하기도 하죠. 이런 장치들을 분명 사회 속에서 장애인이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한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휠체어로 인한 제약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방법은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합니다. 휠체어 리프트가 그 역할을 해 주니 매우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굳이’ 휠체어 리프트여야 하는가에 관한 생각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엘리베이터처럼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된다면, 휠체어 리프트라는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즉,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일부의 약자를 위한 특별한 배려를 하기보다
처음부터 도움이 필요한 일부의 약자를 굳이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 설계로 시작했다면
오히려 장애가 더는 장애가 아닌 상황으로 만들고 시작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걸 “보편적 설계”라고 해요.
보편적 설계는, 제품과 환경을 개조하거나 추가적인 특별한 설계가 없이도, 모든 사람이 최대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개념이에요.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접근법. 휠체어용 리프트가 휠체어를 타는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방법이라면, 엘리베이터는 휠체어를 타든 말든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이 되겠죠.
보편적 설계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더욱 강조될 겁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그리고 “굳이 특별한 무엇을 할 필요가 없는” 설계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보편적 설계는 학교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듣고 말하기에 완전 초점을 맞춘 영어 회화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시각장애를 위한 특별한 수단을 추가할 필요가 없도록 설계할 수 있겠죠?
평가 방법에서도
이를테면 오디오, 비디오, 텍스트, 직접 발표, 심지어 추상적 형태까지도 포함하는 모든 것을 허용한다면 누구든지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아! 물론, ‘그런데 현실적으로…’라는 말로 시작하는 무수히 많은, 반박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저 특수교사의 관점에서, 장애학생들이 장애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교육 환경이 펼쳐지는 환경 / 굳이 선생님들이 장애학생을 위한 특별한 방법을 애초에 고안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상상해 본 거예요.
이런 와중에도, 꽤 많은 선생님이 저를 찾아오십니다. 교실에 앉아 있는 장애학생의 자연스러운 수업 참여를 위해 작은 것이라도 시도하고자 하시는 이런 소중한 선생님들은
“아이가 이런 건 참여할 수 있을까요?”
“수행평가를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요?”
“이런 활동을 계획 중인데 아이에게 긍정적일까요?”
와 같은 고민을 나누고자 하십니다.
장애학생들이 작은 것이라도 경험하고 참여하면서 손톱만큼이라도 성장하길 바라는 특수교사는 이런 고민들을 해 주시는 동료 교사를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가르치고 배운다는 거시적 목표가 활발히 작동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저에게도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럼 저는 다시 제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탐색하게 됩니다.
특별한 무엇인가를 추가하지 않아도 되는 / 애초에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방법을 고안하는 어려운 과정을 함께 고민해 주시는 무수히 많은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교육의 당위와 가치가 작동하는 느낌, 생물 같은 흐름 속의 구성원이라는 행복감은 교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