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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기 Jul 16. 2024

펜글씨의 추억

아내가 고급 만년필을 선물했다. 소설가로 등단한 나를 축하해 주는 아내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아내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넘버 원 요원이다. 부모님이 천국에 계시니 응원군 1호가 틀림없다.

만년필로 대작을 내라는 의미인가. 글쓰기는 한다고 되고 안된다고 멈추어지는 그런 장르가 아닌데. 만년필이 있다고 고품격 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펜글씨를 쓰지 않는다. 0.5mm 볼펜을 즐겨 사용한다. 중학교에 들어가 오선지 모양의 노트에 잉크를 찍어 펜글씨를 썼었다. 알파벳 필기체를 펜글씨로 배웠다.

김정운 교수의 책 《남자의 물건》을 보면, 그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 만년필이라는 글이 나온다.

《그리스로마 신화》등 수많은 저서를 남기고 타계한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 작가는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 받아 그 펜으로 30년 간 수많은 대작을 남겼다. 만년필 촉이 여러 번 닳아 서울에 있는 판매점에서 촉을 바꾸었다. 한 번은 파리에 간 김에, 본고장에서 AS를 받으러 몽블랑 판매점에 갔다고 한다. 그랬는데 놀랍게도 정교한 가짜 판정을 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확실히 만년필 글씨, 잉크를 찍은 펜글씨는 멋있다. 대통령이 결재를 하거나 유명 예술인이 사인을 할 때,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이 귀하게 여기는 이유가 무얼까? 그저 폼나서, 있어 보여서는 아닐 것이다. 펜으로 쓴 글씨가 멋있고 존엄해 보여서, 자신의 흔적을 귀하게 남기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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