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단편소설 한 편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줄거리, 구성으로 그리고 인칭과 시제로 쓸 것인지를 정해서인지 주저 없이 첫 문단을 쓰기 시작했다. 내용 구상을 치밀하게 해서인지 거침없이, 짧은 시간에 원고지 매수 50매를 채울 수 있었다.
마무리 메시지 부분도 쉽게 완성할 수 있었다. 남은 건 가운데 부분. 과거회상형의 소설이니 스토리와 에피소드로 중간 부분을 채우면 초고가 완성될 것 같았다. 제일 쉬운 부분 즉 서사를 가미하면 되는 쉬운 작업만 남았던 것이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창작 우울증이 왔다. 빈둥대다 보니 이 소설을 왜 쓰는지? 누구에게 이로운 소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망설였고, 노트북에는 먼지가 쌓여갔다.
저번 주, 아내가 6일 간, zoom으로 영성공부 코스에 들어갔다. 아내의 영적 성장을 위해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며 설거지를 도맡았다. 아내의 깨달음은 집안의 평화, 나와 가족 간의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방에서 아내가 코스를 하면,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썼다. 특히, 팽개쳐 두었던 글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 소설 초고를 마쳤다. 앓던 이를 뽑은 기분이다. 나는 이 소설을 잘 다듬어 공모전에 도전하려고 한다.
초고는 단, 60%만 완성된 상태이다. 퇴고를 거듭하여 100%에 다다른다면, 수상의 영광이 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초고를 마치면 작품의 완성도나 質을 떠나 흡족하다. 지금 이런 순간이 제일 기쁘다.
두려움은 두려움을 낳는다. 지금 멈추어야 두려움은 기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