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에 얼마나 치열하였는가

꺼진 열정 다시 보기

by 백소피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로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中


살면서 무언가를 치열하게 해 본 적이 있는가

얼마나 치열하게 해 보았는가.

치열한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치열하게 한 것은 온몸과 영혼을 불태우는 일. 좋든 나쁘든 어떤 식으로든 불사 질러 남은 건 재뿐이다.


요즘은 연탄을 쓰는 집이 거의 없지만, '연탄'을 '열정'으로 바꿔보면 어느샌가부터 열정이 부정적인 의미가 되었다. 한때는 열정만이 사는 이유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의 열정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후회로 다시는 꼴도 보기 싫어서 어느 한 구석에 내팽개쳐 버린지 꽤 됐다.


타인을 향한 열정, 타인을 위한 열정은 다시 살리고 싶지 않지만 나 자신을 위한 열정만은 되살리고 싶다.


안도현의 시처럼 "나도 느껴보고 싶다"


열정이 뭔가?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치열하게 하는 것만이 열정이라고 믿었고 앞만 보고 달렸다.

좋든 싫든 끝났을 때의 그 허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그다음, 더! 더! 더! 를 외치며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고 애썼다.


이제는 안다.

그다지 끈기도, 인내심도 없는 나란 인간에게 '열정'은 아무 때나 부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니다.


돈보다는 안식을, 인간관계보다는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삶을 단순화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의 '열정'이 쓰일 곳을.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타인의 인정이나 평가가 필요하지 않은 일.

신기하게도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일이 잘 안 풀렸다.

인생은 참 타이밍이다.


더 이상 의심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나아가라.

'열정'이 그 길로 안내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