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게임, 당신의 선택은?
A는 자기 자랑을 잘했다.
어떤 대화를 해도 기승전 자기 자랑으로 끝났다.
vs
B는 자기 불신이 심했다.
오죽하면 칭찬도 의심할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했다.
A는 아는 게 많았다.
B는 선배 A가 신입인 자기를 챙겨주는 것에 감사했다. 전화 통화를 한번 했다 하면 최소 1시간이 넘어서 가끔 힘들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A가 말하고, B는 들어주기만 하니까 괜찮았다.
B는 칭찬이 익숙하지 않았다.
자신은 신입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기에 초조했다.
"A 선배의 말에 의하면" 아직 햇병아리이므로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떠한 의문도 다 자신이 모자라서 그런 거라 느꼈다.
A는 마당발이다.
업계에서 10년 넘게 잔뼈가 굵은 만큼 아는 것도 많았고, 아는 사람도 많았다. A는 틈만 나면 B에게 전화해 주변 정보를 들려주었다. B는 돈주고도 사지 못할 정보라고 귀하게 여기며 열심히 A의 말을 경청했다.
가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면서 "이건 나만 아는 건데, 어디 가서도 말하지 말라"는 A의 말에 B는 자신이 뭔가 특별한 정보라도 얻은 것처럼 눈을 반짝였다. 다른 곳에 가서 B의 사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다닌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시간이 갈수록 B는 업무에 회의감이 들었다. 열심히 노력한 덕에 일도 빨리 적응하고, 잘한다는 상사의 칭찬도 들으며, 클라이언트까지 모두가 만족했다. B는 칭찬이 어색했기에 이게 다 자신을 부려먹으려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거라 여겼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었다.
B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해 완벽주의자라서 자신에게 엄격하다고 하지만 한마디로 자기 불신이 심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어떤 성과를 올려도 자기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B는 지금까지 한 업무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당연히 자신이 없었다. 해낼 수 있을까? 그간 잘해왔다고 대표에게 인정도 받았지만 인정하기 힘들었다.
공교롭게도 A도 같은 프로젝트를 따로 하게 되었다. A는 B의 연차 때 이미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B보다 수준이 높은 차원으로 준비한다고 자랑했다.
여유가 넘치는지 B의 프로젝트까지 친히 '검토' 해 줄 테니 가져와 보라고 했다.
B는 결정권자인 대표의 피드백만 수용하되 최대한 스스로 하려고 애썼다. 그 과정에서 끝없이 자신의 한계에 부딪쳐 포기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 난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제대로 된 칭찬을 받은 적이 없는 걸까?
왜 난 이 나이까지 뭐 하나 제대로 이룬 적이 없는 걸까?
자괴감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다 못해 불면증으로 고생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B에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A와의 대화가 점점 시간 낭비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열심히 A의 말을 들어주었는데 이제 좀 업무를 파악하고 나니 자기 자랑이 대화의 대부분이라는 걸 알았다. B는 워낙 자기 불신이 심했기에 유독 남의 평가에 민감해서 주변 분위기 파악이 빨랐다.
A의 대화 패턴을 살펴보면, 기승전 자기 자랑인데 특징이 있었다.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남을 깎아내린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신입이라 뭘 모르니까 A의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 B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B가 반박을 하면 A는 "네가 아직 뭘 몰라서 그렇다"는 투로 연차를 내세워 묵살했다.
B는 점점 A를 피하게 됐다.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연차의 벽이 존재했기에 가끔 필요한 정보를 얻는 정도로만 교류했다.
알고 보니 A는 주로 B처럼 신입에게 먼저 접근(?)해서 호의를 베풀며 자기 자랑을 일삼았다. 연초에는 멋모르는 B 같은 사람이 꼭 걸렸다. 시간이 갈수록 A의 자랑(정확히는 본인 얘기)을 들어주는 사람이 점점 없어졌다. 그러다 새해가 되면 또 이 패턴이 반복됐다.
A는 정신승리의 표본과 같은 인물이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 심지어 대표의 피드백에도 부정적인 얘기는 "나보다 뭘 몰라서" 그런 거라 치부했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닥쳐도 웬만해서는 눈하나 꿈쩍 안 했다.
B는 다른 사람의 성향이나 장단점을 잘 파악하는 예리한 눈을 가진 대신 자신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스펙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없었다.
내가 이걸 할 자격이 되나? 하는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