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수록 말이 많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얼마 전 쓴 글에서 말했지만, 남을 평가하기 좋아하는 사람 중에 정작 그 일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런 사람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겠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 어딜 가나 한 번씩은 만나는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sophy100/94
아무리 자신이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사람이라고 해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으니 책을 읽거나 경험한 사람의 말을 들으며 간접 경험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직접 경험해 본 것만은 못한 것 같습니다.
늘 이것저것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는데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경험해 보기로 작정한 것은 불과 몇 년이 안 됩니다. 그 몇 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몇 가지 겪어보면서 느낀 점은, 역시 직접 해 보기 전까지는 남의 일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뭔가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공모전 응모
가장 만만해 보이는(?) 수필과 단편 소설로 공모전 응모를 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만만하다는 뜻은 글의 분량면에서 만만하다는 것이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 쓰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 패착인 걸까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기대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떨어질 때마다 자신감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더군요. 유명한 작가도 수 십 번의 거절을 받아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썼다는 얘기를 들으니 위로는커녕 오히려 사기가 떨어졌습니다. 저렇게 유명한 작가도 거절당하는데 하물며 나는 아예 가망성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서 한동안 헤어나기 힘들었습니다.
2. 매 끼니 집밥 해 먹기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점심은 무조건 회사에서 먹게 되니까 집밥을 해 먹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제 때 퇴근해도 저녁은 피곤하니 대충 때우거나 약속이 있으면 밖에서 먹고 올 때가 많거든요.
코로나 이후로 재택근무를 하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매 끼니 사 먹는 것도 그렇고, 배달 음식도 질릴 때 집 밥이 오히려 별미더군요.
문제는 가끔 해 먹으면 별미지만 매일, 매 끼니 집에서 해 먹으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이 먹어야 두 끼 정도인데 매 끼니마다 간단한 반찬 한 가지라도 해서 먹으려니 주방을 떠날 수가 없어요. 점심 먹고 설거지하고 돌아서면 또 저녁 할 궁리를 해야 하니 살기 위해 먹는 건지, 먹기 위해 사는 건지 분간이 안 가더군요.
매일 온 가족 삼시 세끼 준비하고, 도시락까지 싸주는 엄마에게 반찬 투정이나 한 과거의 자신이 참 부러웠습니다.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안 뒤로 엄마의 밥상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습니다.
3. 우울증 & 불면증
우울증과 불면증은 1+1 상품처럼 함께 왔습니다.
어릴 때는 잠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는데 서른 중반 서울살이를 시작한 뒤로 불면증과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끊이지 않는 잡생각, 유독 예민하고 불안한 마음이 힘든 상황과 어우러져 점점 불면증이 심해졌습니다.
너무 심할 때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의사 처방을 받아 약을 먹어도 약기운에 얕은 잠만 들뿐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더 강한 수면제를 처방받기 직전에 또 한동안 괜찮아져서 좀 나아졌나 싶었습니다.
불면증은 우울증이라는 더 강력한 놈으로 다시 왔습니다.
아직도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 "나약함의 표시다", "한가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본인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정신과 치료가 그렇게 숨길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처음으로 받게 되었을 때 주변에서 들을 수 없는 경험이었기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많으니 다음 기회로 하고, 결론적으로 관련 직업을 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되었으니 잘 된 셈이지요.
그 외.
헬스 PT, 논문 쓰기, 8살 연하남과 연애, 내 험담 듣고 뒤통수 맞기, 폰 번호 바꾸고 인맥 정리 등.
적다 보니 생각보다 많군요.
역시 막연히 생각할 때보다 직접 글로 써 봐야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면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더욱 배움에 매달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알면 불안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아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예기치 않는 상황을 불안이 아니라 기적으로, 설렘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극복해 가는 중이고요.
이래서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다고 새삼 생각합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