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달력을 넘기기가 두려워질 때가 있다. 해가 바뀔 때쯤. 그리고 날씨가 추워질 때쯤. 다가오는 서른이 두려웠던 어느 날.
두려운 건 나이만이 아니었다. 통장 잔고가 딱 0원이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기는 했지만 수료만 했을 뿐 논문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고, 과연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만 했다.
- 정여울,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정여울은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의 길을 가는 대신 작가가 되기로 선택하면서 가난을 감수했다. 나이 서른에 통장 잔고가 0인 것보다 나이에 구속받지 않는 삶을 중요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가는 글 쓰는 삶을 위해 몇 가지를 포기한다. 휴일, 기념일, 숙면까지 포기했지만 전혀 억울해하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회피하지 않고, 철저히 책임질 때 비로소 자유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포기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나니 인생은 더 크고 넓고 다정해졌다. 눈부신 희망보다는 허심탄회한 포기가 차라리 나을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은 포기가 희망보다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철들기 시작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때 진정한 만족감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정여울,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인생은 선택과 포기로 이루어져 있다. 선택을 하는 순간 포기도 따라온다.
선택을 한 것보다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나 미련이 더 커질 때 불행해진다.
나는 글쓰기를 위해 무엇을 포기하였나.
대인 관계, 고정 수입, 허리 건강?
이렇게 살기로 결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글쓰기를 포기하고 얻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아무 생각 없는 편안한 삶? 딱히 글쓰기를 포기하고 대단한 걸 얻은 게 없다. 그래서 글쓰기를 위해 다른 것은 포기할 수 있었다.
글쓰기는 업으로 삼지 않으면 그리 포기할 게 많지 않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두지 않고 업으로 삼는 순간 순수한 재미는 퇴색될 수 있다.
순수한 재미를 포기하는 대신 자신이 선택한 길을 택하게 되면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