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만난 지인 A는 아이를 키우는 돌싱녀다. 12살 연하남과 현실적인 문제로 헤어진 후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A가 택한 방법은 데이팅 앱이었다. 해외드라마에서나 보던 데이팅 앱을 쓰는 사람은 처음 봤기에 신기했다. 싱글녀의 연애를 말릴 이유는 없지만, 안타깝게도 A는 데이팅 앱에서 만난 사람과 진지한 연애를 꿈꿨다.
“처음부터 나이도 속이고 보정한 사진만 보고 만나는데 진지한 만남이 가능해?”
“데이팅 앱을 소개해 준 아는 동생도 그렇게 만났어. 혹시 나도 모르잖아?”
A의 혹시나 하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마냥 응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데이팅 앱에서 만남은 속전속결이다. 자신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리고 원하는 스타일의 이성을 체크하면 실시간으로 알람이 울린다. 이성의 프로필과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하트, 아니면 패스를 누른다. 그런 식으로 쉴 새 없이 알람이 울렸다.
A는 자신과 같은 40대의 남성은 원하지 않았다. 40대 남성은 유부남이거나 아저씨 같아서 싫다고 했다. 아이러니한 건 A도 자신의 나이를 40대라고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35세로 표시했다. 사진은 보정 필터를 쓰니까 나이를 속이는 건 일도 아니다. 남녀 누구도 연애 대상으로 40세 이상은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할 뿐.
40대는 연애에 부적합한 나이일까? 40대는 기혼자가 많아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맞지 않고, 애초에 데이팅 앱은 20~30대가 주 표적이다. 40대 이상 중년의 만남은 인터넷 카페가 활발하다. A는 그런 카페도 가입해 봤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성적인 욕구만 채우려는 남자가 많고, 본인도 돌싱이면서 굳이 돌싱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나이 들수록 연애나 사랑을 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조건이 많아진다. 어릴 때는 만남이 단순했는데. 30대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보다 조건을 먼저 보게 된다.
A에게 나이를 속이고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와 진지한 사랑을 꿈꾸는 걸 비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솔직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거짓된 만남인데 어떻게 사랑이 가능할까? 본인은 속이면서 상대방은 솔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이와 조건에서 오는 두려움으로부터 비롯된 욕심이다.
연애의 나이 제한은 없다. 사랑에 빠지면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장 나부터 8살 연하남과 살고 있으니 사랑에 빠질 때 나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데이팅 앱이나 인위적인 만남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만났더라면 나이를 먼저 따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A에게 나이를 제외하고, 아이가 있는 돌싱녀라는 조건 때문에 그녀의 선택은 현실적 대안이었으리라. 구직 시장에서 대놓고 나이 차별은 하지 않아도 실제로는 제한이 있는 것처럼 사랑도 그런 차별을 당하는 나이가 있나 보다.
나이 듦에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선호하는 쪽에 가깝다. 20대와 같은 사랑을 하고 싶지도 않은데 왜 그들의 방식으로 만나려는 걸까? 지금 나이는 그때와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할 수 있다. 어떤 경로로 사람을 만나든 상관없다. 다만, 진지한 사랑을 꿈꾼다면 좀 더 자신에게 당당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