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은 자기 자신 속에 그 벌을 가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악한 자의 가면> 부분
공부 모임에서 은행에 근무하는 한 회원이 말했다. “과장이 아주 이기적이면서 교활해요. 다들 싫어해요. 어떻게 해야 해요?”
보기 싫은 사람 봐야 하는 건 큰 고통이다. 하지만 어떡하나? 미운 사람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비법을 터득해야 한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과장하고 업무상 만날 때는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셔요. 행원의 역할극을 하는 거죠.”
그러자 그는 하하하 웃었다. “그러면 되겠네요.” 나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연말에 연기 대상 시상식도 하시고요. 동료들하고 뒷담화도 많이 하셔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월등히 협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언어 덕분이며, 그중에서도 뒷담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류는 뒷담화를 통해 집단 속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다.
과장 앞에서 행원 연기를 하고 동료들과 뒷담화를 하다 보면, 과장의 참모습이 서서히 보일 것이다.
‘악덕은 자기 자신 속에 그 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에게서 ‘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악인(惡人)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미워하다 닮게 된다. 그와 거리를 두고 역할극을 잘하면 된다.
그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그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중심을 잡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중심을 잡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