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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일장춘몽(人生一場春夢)

by 고석근

인생일장춘몽(人生一場春夢)


내가 지난 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꿈에서 깨어버렸더니 나는 나비가 아니고 내가 아닌가?

그래서 생각하기를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되었을 때는 내가 나인지도 몰랐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분명 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 장자,『장자』에서



지나간 인생을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한바탕 꿈같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같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런데, 아이들도 자신들의 지나간 인생을 꿈같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생생했던가? 그 생생한 삶을 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어른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꿈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삶이 생생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어른들의 머리에는 항상 지식이 와글거린다. 그래서 지식으로 사람과 사물들을 바라보게 된다.


사람들과 사물들이 생생하게 와 닿지 않는다. 항상 안개가 서려있는 듯하다. 꿈속 같다.


아이들은 다르다. 지식이 적어 사람들과 사물들을 그대로 본다. 생생하게 와닿는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 사물들과 하나의 파동 속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항상 율동 속에 있다.


장자는 꿈에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하지만 잠을 깨고 나니 그것은 꿈이었다.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어느 누가 진정한 장자일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다.


지금 이 시간은 그가 확실하게 ‘살아있는’ 시간이니까! 장자가 꿈을 깨고 나서, ‘참 이상한 꿈도 있구나.’하고 지나쳐버렸다면, 그의 삶은 생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이 한 바탕 꿈이 되지 않으려면, 항상 ‘지금 이 순간’을 온 몸으로 생생하게 느껴야 한다.


찰나를 잡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꿈이 되지 않는다. 꿈은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우리는 생각 속에서 사는 게 아니다. 온 몸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오롯이 살아있음이다.


어른들은 머리에 지식이 많고 생각이 많아, 자꾸만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삶의 의미를 묻게 되면, 생생한 삶은 사라져버린다.



점원인가 하고 마네킹에게 말을 건다

마네킹인가 하고 점원을 지나친다

인생(人生)이 날 지나친다 마네킹인가 하고


- 김일연, <옷가게에서> 부분



우리는 시인처럼 항상 주문을 외어야 한다.


‘인생(人生)이 날 지나친다 마네킹인가 하고’


그러면 인생이 지나치다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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