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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길과 같다

by 고석근

희망은 길과 같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고향』에서



공부모임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한 회원이 말했다. “요즘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하며 희망을 갖게 되었어요.”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혼자일 때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함께 모이니까. 길이 보였어요.”


인간은 타고나기를 ‘사회적 존재’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며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생겨났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앓는 이유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게 살아서’라고 한다.


그 교사는 “가장 비참할 때는 우리 반 아이가 제가 예전에 교직에 오기 전에 다니던 직장의 상사로 보일 때”라고 말했다.


제자가 직장의 상사로 보이다니. 교사는 을이고 학생이 갑인 것이 우리 교육의 처참한 현주소다!


하지만 교육문제를 풀어야 할 주체는 교사다! 교사들이 절망하면 우리의 교육은 끝이다.


겉으로는 학생들이 ‘갑질’을 하지만, 속으로는 교사들에게 배우고 싶어 한다. “선생님, 가르쳐 주세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해요?”


아이들의 깊은 마음속에는 순수한 본성이 있다. 아이들은 조금만 잘 지도해주면 금방 아름다운 인간으로 되돌아온다.


교사들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깊은 마음속에는 늘 ‘울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우는 아이를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는 차츰 울음을 멈추고 악마가 되어간다.


그 아이는 성인이 되면 마구 칼을 휘두르게 된다. 그 칼에 부모들이 죽고, 길 가던 행인이 죽고, 교사도 죽게 된다.


교사는 직장인의 윤리를 넘어 스승이 되어야 한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교사가 되려했던 처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이들이 마냥 귀엽고 그들과 한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아이들은 교사가 스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님들도, 대다수 국민들도 교사들이 이 시대의 스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인간의 깊은 내면에는 현자(賢者)가 살고 있다. 교사들은 내면의 현자를 깨어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누구나 멋진 스승이 될 수 있다. 한 교사가 그 길을 가고, 옆에서 또 한 교사가 그 길을 가고, 또 다른 한 교사가 그 길을 가고... 차츰 길이 열리게 된다.


희망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혼자 그 길을 가다 곁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기쁨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기쁨이다.


교사의 수난의 시대가 교사의 희망의 시대가 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생각 하나로 새로운 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겨울 지나 봄볕에 말린 솜이불 같다

언 손 호호 불며 쬐는 난롯불 같다

유리창을 새어 나오는 한 옥타브 올림음

가을에는 얇은 그림책 한 권 사 들고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가는

옷이 얇아 조금 추워 보이는 그림자


- 이기철, <선생님이라는 명사> 부분



우리의 깊은 마음속에는 ‘선생님이라는 명사’가 있다.


솜이불 같고, 난롯불 같고, 올림음 같고, 그림자 같은... .


지금 그 선생님들이 광화문의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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