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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Mar 10. 2024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창피하지도 않나? 사내들 떼거리가, 아니 온 마을 녀석들이 여자 하나를 죽이려고 몰려다니게? 조심하지 않으면 크레타섬 전체가 오줌똥이 되겠어!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작은 마을에 사는 젊고 예쁜 과부, 그녀는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 여자들의 질시의 대상이 된다.     


 그녀를 짝사랑하던 한 젊은 남성이 자살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어느 날 그녀는 교회 앞에서 경찰과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칼과 돌로 집단 폭력을 당하게 된다.     


 조르바가 그들 앞에 나타나 외친다.      


 ‘창피하지도 않나? 사내들 떼거리가, 아니 온 마을 녀석들이 여자 하나를 죽이려고 몰려다니게? 조심하지 않으면 크레타 섬 전체가 오줌똥이 되겠어!”     


 하지만 조르바는 칼을 든 남자와 싸우다가 귀를 뜯어 먹히고, 과부는 칼로 목이 잘리게 된다.     


 조르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한다.     


 “두목! 이놈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같이 부정, 부정, 부정입니다! 나는 이놈의 세상에 끼지 않겠어요.”     


 마을은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된다. 한 사람을 희생하고서 되찾은 평화, 우리는 이런 평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왜 죄 없는 한 사람을 희생하고서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나의 가치가 이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돈이 신으로 군림하고 있다. 주민들은 오로지 돈을 섬기며 살아가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남편도 아내도 돈이다. 남편이 그 과부에게 눈을 돌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남편이 그 과부와 눈이 맞으면, 자신의 돈이 남편을 통해 과부에게로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남편들은 자신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과부에게 분노가 들끓는다. 용암처럼 들끓던 분노가 한 젊은이의 죽음으로 폭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왕따가 생기는 것도 이와 같다. 학교에서는 성적이라는 유일신이 군림한다.     


 이 절대신 앞에서 다들 전전긍긍한다. 1등인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치받아 올라올까 봐 항상 불안하다.     


 학생들 모두 서로를 질시하고 미워하게 된다. 결국에는 분노가 가장 약한 학생에게 향하게 된다.     


 왕따가 탄생하게 된다. 이 왕따를 희생시키고서야 학교는 일시적으로나마 평화를 되찾게 된다.      


 하나의 가치가 지배하는 인간 세상은 계속 희생 제물을 바쳐야 한다. 하나의 가치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조르바만이 자유롭다.       


 아이들은 다이아몬드, 금이 보석인지도 모른다. 대통령, 재벌 회장이 높은 사람인 줄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삼라만상이 다 빛나게 된다. 그들은 한 줄기 빛이 되어 여기저기 쏘다니게 된다.      


 우리는 마녀사냥을 멈춰야 한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 조르바 같은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나를 사가세요. 부위별로 팝니다. 흐벅지진 않지만 오십여 년 숙성된 살이 말랑말랑할 거예요. 세상을 휘젓고 다닌 팔과 다리는 좀 싸게 팔아요. 엉덩이에 난 바람구멍은 살짝 도려내고 드세요. 가슴에 영영 메울 수 없는 구멍을 만들지도 몰라요. 젖가슴과 허벅지는 할인되지 않아요. 입술은 혀를 끼워 팝니다.     


 - 황희순, <부위별로 팔아요> 부분                           



 돈의 신, 유일신 앞에서 삼라만상은 모두 상품이 된다.     


 우리의 몸도 상품이 되고, 부위별로 판매가 된다.      


 우리의 몸은 늘 너덜너덜하다. 판매되지 못한 몸들이 삐거덕대며 거리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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