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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Jun 19. 2024

병 속의 새   

 병 속의 새      


 우리는 어두움을 두려워하는 어린아이를 쉽게 용서한다. 그러나 인생의 진짜 비극은 인간이 빛을 두려워할 때다. - 플라톤 (Plato, BC 428/427~BC 348/347)          



 소설가 김성동의 <만다라>에는 ‘병 속의 새’라는 화두가 등장한다.      


 “어린 새를 병 속에 넣었는데, 이제 어미 새가 되었다. 병을 깨지도 말고 새를 죽이지도 말고 새를 꺼내 보라!”      


 방법이 있을까? 문제를 풀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병 속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 문제를 일생을 걸고, 풀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어느 날 머리가 말갛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아, 이거였구나!’ 하늘을 향해 크게 웃음을 터뜨리게 될 것이다. ‘대자유인(大自由人)’이 되어.     


 이 병 속의 화두는 논리적으로는 풀 수 없다. 논리를 벗어나야 한다. 논리를 잊고 무심히 이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는 느끼게 될 것이다.     


 병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을. 병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전혀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신을 자신 밖에서 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명 구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한평생 계속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생각에 의해 계속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 태어나려면, 자신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병을 깨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세계관(世界觀)으로 살아간다. 세계를 보는 관점이 그를 가두는 병이 된다.     


 현대 문명인이 조선 시대의 봉건적인 세계관을 갖고 살아가게 되면, 그는 병 속의 새처럼 항상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세상은 온통 그를 가두는 벽이 된다. 그가 봉건적인 생각만 끊어버리면, 그는 홀연 대자유를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알을 깨고 나오는 경험을 대학 2학년 때 처음 했다. 지도교수님이 “석근아, 학자의 길을 가라!”고 하셨을 때, 나는 새로운 나를 상상했다.     


 학자가 되어 살아가는 나를 상상하게 되면, 내 마음과 몸은 학자가 되기 위한 길을 알아서 가게 된다.     


 꿈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학자의 꿈을 꾸면서 나를 바라보게 되자, 병 속에 갇혀 있는 내가 보였다.     


 병 밖에 서 있는 나, 세상이 환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인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어두움을 두려워하는 어린아이를 쉽게 용서한다. 그러나 인생의 진짜 비극은 인간이 빛을 두려워할 때다.”     


 우리가 오랫동안 병 속에 갇혀 있다 보면, 어두 컴컴한 세상이 편하게 된다. 이 익숙함이 우리를 계속 병 속에서 살아가게 한다.     


 그렇게 살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절망이 밀물처럼 밀려오게 된다. ‘인생은 한바탕 허망한 꿈이었어!’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유(自由)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과감히 병 속에서 나와야 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 학자의 길을 걸어갔다. 계속 나의 알을 깨고 나오며 나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우리는 용기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 자신이 병 속에 갇혀 있다고 느끼게 되면, 과감히 밖으로 날아보아야 한다.     


 아마 거의 대다수는 병은 허상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병 밖에 있었는데, 스스로 병 속에 갇혀 있다고 느낀 경우가 너무나 많았을 것이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 이성복, <그 여름의 끝> 부분            



 절망을 끝내 견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절망은 자신의 알이 깨지는 아픔이고, 알이 깨지고 나면, 더 큰 자신이 태어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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