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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Jun 12. 2024

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호수요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카를 융 (Carl Jung, 1875~1961)          



 오늘 공부 모임에서 한 회원이 말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항상 폭력물 영화를 봐요.”     


 밤늦게 집에 온 가장이 TV 앞에 앉아 폭력물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기괴스럽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 남편은 그의 평범한 일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회사에서는 모범적인 회사원이었지만, 인간이 어떻게 계속 모범적일 수 있는가?     


 모범의 시간만큼 ‘반모범’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범 회사원의 깊은 마음속에 있는 ‘그림자(어두운 나)’가 밖으로 뛰쳐나오게 된다.     


 인간은 자기(Self)로 태어나지만, 자아(Ego)로 길러진다. 남자로, 여자로, 자식으로, 학생으로… 양육이 된다.     


 그럼 자아에 편입되지 못한 마음은 어디로 갈까? 마음속에 꼭꼭 숨겨진다. 이 마음이 그림자다.     


 스위스의 심층 심리학자 카를 융은 말했다.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폭력물을 보는 회사원도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려 TV 앞에서 용맹정진하고 있는 것이다.      

 몸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반대 방향으로 그만큼의 힘을 줘야 쓰러지지 않게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수없이 ‘선하게 살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게 되면, 반대 방향으로 마음이 가게 된다.     


 ‘악하게 살 거야!’ 실제 악하게 살 수 없는 우리는 악한 폭력물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대리만족하지 않으면, 실제 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느닷없이 부하직원, 아내, 자식에게 화를 낼 수 있다.     


 밤마다 휘황한 도시의 거리, 다들 행위 예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악당의 얼굴을 하고, 밤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마음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다.     


 술집에서 동료들과 마음껏 떠들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마음이 호수처럼 맑아진다.       


 우리의 마음은 호수다. 호수의 물처럼 잔잔해야 한다. 그러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와도 찰랑거려야 한다.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이 바람처럼 불어와도 미동도 하지 않게 된다.     


 공감하지 않는 마음은 병이 들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울과 권태에 시달리고 있는가?       


 호수처럼 맑디맑은 마음을 지닌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우리는 선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타고난 마음, 본성(本性)에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진선미(眞善美)가 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믿어야 한다.     


 항상 자신의 본성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 폭력물을 보지 않아도 된다.     


 악당이 되어 악한 언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세상은 선한 행동을 강요하고 우리는 거기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본성대로 사는 게 가장 좋은 삶이라는 것을.      


 본성대로 살아가면, 저절로 선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앨범을 뒤적이다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고개가 기울어진 나를 본다

 플래쉬가 터질 때마다

 세상에 기대어온 몸과 마음이 쉽게 들키고 만다     


 - 서안나, <15도 각도로 기울어진> 부분       



 사진은 정확하게 우리의 마음을 보여준다.     


 항상 기울어져 있는 마음, 그 반대의 방향으로 마음을 주려 우리는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가?     


 끔찍한 사건 사고들, 한 생(生)을 살아내기 위한 우리의 몸부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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