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죽음과 영원
네게로 가리.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균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 최승자, <네게로> 부분
많은 동물이 짝짓기한 후 죽는다. 후손을 남겼으니, 유한(有限)과 무한(無限)이 하나가 되었다.
훌훌 몸을 벗고 영원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런데 인간은 짝짓기하고, 후손을 남긴 후에도 오랫동안 산다.
그럼, 인간에게 성(性)은 무엇인가? 다른 동물의 성과 똑같다. 인간도 성행위를 하며, 영원과 죽음의 세계로 들어간다.
실제로 죽지 않을 뿐, 성과 죽음과 영원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네게로 간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균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그래서 인간의 성은 ‘동물적인 성, 섹슈얼리티(sexuality)’와 ‘인간적인 성, 에로티시즘(eroticism)’으로 나눠진다.
인간의 성은 정신(상상력)에 의해 영원으로 간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인간의 원초적 성, 아프로디테에게서 태어났다.
그의 아내는 프시케(Psyche)다. 프시케는 정신이다. 따라서 인간의 사랑은 ‘원초적 성과 인간의 정신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우리가 제대로 사랑하려면, ‘성의 원초적인 본능’과 ‘인간의 고귀한 정신’이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
말초적 쾌락이 중심인 성행위는 인간적이지 않다. 인간을 동물로 추락하게 한다. 현대인은 ‘인간의 성’을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