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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Oct 04. 2024

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   

 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한용운, <님의 침묵> 부분           



 만해 한용운 시인은 말했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 그는 어떻게 하여 이렇게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이성(異性)을 사랑하며, ‘님은 님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님 때문에 다른 이성, 다른 사람, 다른 생명체들, 하물며 모든 사물까지도 사랑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님은 삼라만상의 대표가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청소년 시절에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아야 한다. 가슴에서 큰 사랑이 용암처럼 불타오르는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한용운 시인은 3.1운동 이후 신흥사, 백담사, 오세암 등에 머물 때, ‘여연화’라는 보살을 만났다고 한다. 그들의 사랑은 육욕적인 사랑이었지만, 숭고한 사랑으로 승화되었다.      


 성욕에 그치는 사랑은 인간적인 사랑이 아니다. 그런 사랑은 쾌락을 줄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고상한 정신적 성숙에 이르게 하지는 못한다.     


 중고등학교에서 한용운의 시들이 ‘성과 사랑’의 교육 자료로 쓰이면 얼마나 좋을까?     


 ‘님의 침묵’은 그리운 것은 다 님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나룻배와 행인’은 헌신적인 사랑을 가르쳐 주고, ‘알 수 없어요’는 천지자연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가르쳐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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