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세요!
9동에 사시는 할아버지께선 A사의 소화제만 고집하신다.
"죄송해요. 저희 약국이 거래하는 회사가 아니라서 그 제품은 없어요."
이후에도 여러 번 오셔서 그 소화제를 찾으셨다.
밖에서 달걀도 익겠다 싶은 여름날이었다.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 들러선 "약사님! 그것 좀 갖다 놔 줘요~ 내가 저기 약국까지 내려가기 힘들어서 그래.."
소화제 몇 통 사입하자고 새로 거래를 트긴 어려운데.. 싶었지만 일단 그러겠다고 했다.
지인 찬스를 써서 그 소화제를 몇개씩 준비해뒀다. 오직 9동 할아버지만을 위해.
한 달에 두어 번 오시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오시지 않았다.
반년쯤 지났을까? 9동 할아버지가 소화제를 사러 오셨다. 살이 쪽 빠진 모습으로. 할아버지는 위암으로 서울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다고 했다.
요즘은 가족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9동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왔다면서 소화제를 구매해가신다. 할아버지는 거동이 어렵고 일어나기도 힘들어하신다고.
이후로 나는 할아버지 소식을 묻지 않았다. 소화제를 사 가는 것으로 안부를 대신한다.
소화제 백 년 만년 준비해드릴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