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업무만 하지 않아요, 청소도 하는걸요
행정업무의 생존게임에 탑승하려면 마냥 편하지만 않다. 이래저래 여러 선생님들에게 치여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후 설명할 사무행정 업무들과 연간 학사일정에 맞춘 업무를 제외한 사소한 일도 많다. 예를 들면 화분에 물주기, 커피머신 세척, 탕비실 관리, 냉장고 청소, 분리수거, 그리고 도시락 주문 및 배부와 같은 것들처럼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다.
청소업무는 교내 환경미화를 담당하시는 여사님들이 해주실 때도 있다. 가끔 방학마다 교내 분리수거와 같은 일을 나서서 할 때면 여사님들의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해주시는 분들의 모습을 더욱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어찌 보면 청소는 기초 사무행정업무에 속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해?' 라는 마음가짐이라면 어느 직장에 가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내가 희생하는 노동의 값으로 주변 사람들의 업무에 작은 편리함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서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만약 학교를 떠난다고 해도 내 자리를 깨끗이 하고, 더 나아가 근무하는 환경을 청소하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 않을까.
최근 실습실무사 선생님께서 새로 오셨다. 이러한 사소한 업무들을 선뜻 나서서 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동안 혼자서 해왔던 일을 함께 나누어서 하다 보니 훨씬 부담이 줄었고 나 또한 다른 행정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동안 '나는 과연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두 번째로 도시락 주문과 배부 업무이다.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배달 업체에서 비대면 결제로 전환하는 바람에 어플로 주문하기가 여간 까다로워진 일이 아니다. 전교직원 80여명에 해당하는 선생님의 도시락을 주문해야할 때만 그때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한다. 결제금액도 맞추어야하고, 인원수에 모자라지 않게 배부해야하며, 수령 받는 시간까지 잘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배부 업무를 하고 난 이후 도시락 잔반처리 문제가 가장 두려운 숙제이다. 특히 급식실이 운영하지 않는 방학에는 도시락을 주문할 때가 많은데 이 때면 대량의 음식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화장실 변기 밖에 없다. 가끔 선생님들 중에 음식물 처리기를 구매하면 어떻겠냐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 또한 업무가 될 것 같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사무행정 업무 외에도 사소한 일들이 모여서 업무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질 일이니 사소한 업무마저도 체계를 만들어 매뉴얼로 정리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