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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Jul 09. 2023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들

BIFAN2023 <싱글 에이트> 리뷰

<싱글 에이트>(2022, 코나카 카즈야)는 1977년 조지 루카스 감독의 작품 <스타워즈>에 매료된 소년, 히로시의 이야기다. 그는 ‘우주선이 나오는, 스타워즈 같은 영화’라는 목표를 갖고 이를 실현할 방법을 고민하다 학교 문화재에 참여할 반 프로그램으로 ‘영화 만들기’를 제안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바에 한 걸음 다가간다.


위의 요약된 줄거리를 읽고 누군가는 <시네마천국>(1990, 쥬세페 토르나토레)이나 최근에 개봉한 <라스트 필름 쇼>(2021, 판 나린)처럼 영화에 대한 꿈과 사랑이 담긴 작품을 떠올렸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썸머 필름을 타고!>(2020, 마츠모토 소우시)와 같이 싱그럽고 밝은 느낌의 영화를 생각한 이도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는 정서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이 작품은 영화 만드는 과정을 함께하며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체험적 성격이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영화 제목을 싱글 에이트로 지은 것도 이러한 맥락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참고로, 싱글 에이트는 1965년 후지 필름이 내놓은 8mm 필름 규격을 뜻하는 이름이다.

먼저, 감독은 “좋은 각본에서 나쁜 영화가 나올 순 있지만 나쁜 각본은 결코 좋은 영화를 낳지 못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말을 빌려 각본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재밌다’ ‘좋다’라고 판단하는 작품들에는 고유한 주제(메시지)가 존재하며, SF를 비롯한 여러 장르는 주제를 전하는데 필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다음으로 영화는 ‘집단예술’이자 ‘산업예술’이라는 점을 인지시킨다. 시작은 ‘우주선이 나오는, 스타워즈 같은 영화’였지만 친구, 영화 동아리의 형, 선생님 등과 함께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왜 우주선이 등장해야하는지가 시나리오에 담기면서 처음 그렸던 모습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또, 개인의 만족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문화재의 참가작이라는 점, 학교 예산을 받아 제작된다는 점 등을 통해 영화는 대중을 위해 만들어지고, 기업이나 기관의 투자를 받아 제작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한다.

   

그리고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라는 것을 전한다. 주인공은 똑바로 걷고, 주변 사람들은 반대로 걷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카메라를 뒤집어 찍고 이를 편집 과정에서 화상을 반전시켜 장면을 연결하고, 미니어처와 씨네캘리그래프 등의 작업을 통해 특수효과를 구현하고 더빙과 믹싱 작업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모습을 갖춰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SF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데, 예산의 제약은 있어도 표현의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관객과 만나며 완성된다. 히로시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타임 리버스’가 학교 문화재를 통해 상영되고,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박수 소리와 함성, 무언의 행위로 작가와 관객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첫 신에서 ‘스타워즈’를 동경하던 소년은 마지막 신에서 ‘걸작’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이러한 구성을 취한 것은 아마 영화는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지만, 혼자서는 결코 완성할 수 없으며 인간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OTT서비스 대중화와 팬데믹을 거치며 크게 바뀐 관람문화로 인해 영화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스크린이 TV가 되고, 스마트폰 액정이 되더라도 본질은 크게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작가가 관객에게 무엇을 전하고, 함께 나눌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메시지가 분명하면 관객은 분명 그것을 알아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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