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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언 Jan 28. 2023

아주 오래된 동물원

#2. 타오껌비엥(Thao Cam Vien, 사이공동식물원)

6년을 사는 동안 심심하면 갔던 사이공동식물원

1865년에 개장한 타오껌비엥(Thao Cam Vien Sai Gon, 사이공 동식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들 덕분에 호치민 시내외 근교에 있는 동물원이 있다는 곳은 거의 다 섭렵했는데, 타오껌비엥은 그중에서 동물들도 많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호치민시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어 현지인들에게도 나들이 장소로 친숙한 곳이다. 우리 가족은 호치민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곳부터 방문했었고, 호치민에서 지내는 동안 동물을 보고 싶을 때마다 방문했었다.  


 https://goo.gl/maps/Xj8Ffm7p6vr5Ac4a6




주말이면 현지 사람들은 타오껌비엥으로 소픙을 가서 반나절 이상 여유롭게 쉬었다가는 것 같다. 뜨거운 땡볕도 개의치 않았고, 풀숲에 잔뜩 숨어있는 모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더위도 많이 타고, 타는 듯한 뙤약볕에는 취약했으며, 모기에게 물리면 울긋불긋 부어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 사랑 아이들 때문에 동물원은 가야 했기에, 동물원을 가는 날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아침 일찍 들어가 햇볕이 강해지는 11시 전에 무조건 나오는 것이 우리 가족의 동물원 방문 원칙이다.  


각자 모자와 모기 기피제, 물병을 챙겨 무조건 8시에 집에서 출발한다. 아파트 앞에 비나선 택시를 타서 "안이어, 디 타오 껌 비엥"하고 천천히 발음하면 대부분 알아 듣는다. 최근엔 그랩에 행선지를 미리 입력하면 되니 더 편해졌다. 8시 30분 전에 도착해서 입장표를 사서 기린부터 코뿔소, 코끼리, 악어까지 차례로 동물들을 방문했다. 코끼리 우리 앞에 있는 휴게 공간에서 우리는 빼먹지 않고 사탕수수 주스(Nuoc Mia)를 마시고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마지막 코스는 항상 악어였다. 베트남에 있는 어느 동물원을 가도 악어는 넘쳐나는데, 자느라 그런지 움직임이 없다. 걸을만큼 걸었다 싶으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동물원을 도는 트램을 타고, 동물원을 한바퀴 돌며 혹시나 놓친 동물이 있는지 살폈다. 


시간이 맞는다면 동물원 입구 옆에 있는 호치민시 역사박물관에서 수중인형극(Water Puppet Show)를 볼 수도 있다. 기억이 맞다면 토요일 마지막 공연이 오전 11시 쯤이었다. 통일궁 근처 롱방 수상인형극 극장(Nhà Hát Múa Rối Nước Rồng Vàng)에서 규모감 있는 수중인형극을 보는 것도 좋지만, 종종 큰 공연장을 무서워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역사박물관에서 아기자기한 수중인형극을 먼저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s://goo.gl/maps/iQ5FVBfrbTaM7vtQ8

https://goo.gl/maps/hpXDKwgfkLfRXL2N9


동물원에서 나오면 오른쪽에 꽤 유명한 중국 요리집이 있다. 동물원을 돌아다니느라 지친 다리와 소모한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여기만한 곳이 없다.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시원한 실내에 앉아, 거의 실패한 적이 없는 볶음밥과 딤섬, 면 종류를 주문해서 먹으면 그때만큼은 남부럽지 않았다. 

https://goo.gl/maps/6tYED7rtdDywneab8


코로나 팬데믹이 심해졌을 때는 동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없어 동물원이 문을 닫을 뻔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는 동물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동물원 운영 예산이 부족해져, 직원들이 월급을 아껴서 배고픈 동물들 먹이를 챙겨줬다는 기사를 보니 마음이 짠해 졌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이겨낸 사이공 동물원이 변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동물들이 너무 말라서 안쓰럽다는 평을 듣던 동물원인데, 동물들이 제법 살이 올랐다. 탈만한 놀이기구도 새로 생겼고, 사자, 왈라비 같은 새로운 동물들도 보인다. 나비정원과 플라멩고 정원도 새로 생긴 것 같다. 아무래도 동물원을 운영하는 회사가 바뀌었거나 새로운 투자사가 생겼나 싶다. 


동물원도 바뀌었지만, 우리 아이들도 바뀌었다. 체력도 좋아지고, 예전보다 더위에도 강해졌다. 그래선지 유치부일 때는 동물들 구경하고, 트램 한번 타고, 낚시 게임 좀 하다보면 2시간 정도면 일정이 끝났는데, 최근에는 4시간 30분 동안 놀았다. 아이들이 크면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도 늘었고, 새로운 동물들이 생겨서인지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그러는 중에도 준비해 온 물을 수시로 마시다보니 덥다고 짜증내는 것도 덜했다. 중간중간 사탕수수주스나 아이스크림으로 보충해주긴 하지만, 갈증해소에 역시 물 만한 것이 없다. 학교에서 개인 물병 들고 다니는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개인 물병은 곧잘 들고 다녀서 좋다. 


선블록에 모자를 쓰고 다녀도, 땡볕에서 돌아 다녀서인지 집에 도착해서 보니 빨갛게 익어 있길래 시원한 마스크팩을 올려주고 쉬라고 했더니 잠들어 버리는 아이들. 니네도 사람인데 힘들겠지.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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