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반이 아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막막하고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by 전시현

'오늘까지만 쉬어야지', 또는 '다음주에는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게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시작해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시작도 하지 못하고 포기한 적이 있는가? 창업과 같이 큰 프로젝트든, 운동과 같이 작은 일상 루틴이든 어떤 일이든 간에 이런 적이 있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 책임감 있고 철저한 사람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시작을 봤으면 끝을 보는 사람. 당신이 가진 유일한 약점인 시작을 막막해 한다는 것을 이번 글에서 뿌리채로 고칠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긴 글이 아니므로 꼭 끝까지 읽기를 추천한다.


시작이 반이라고들 한다. 마음먹고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일단 시작하고 나면 끝마치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게 뒤따라올 것이라는 의미이다. 나의 경우 이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이 무의식적으로 '일단 시작해라'가 아닌 '시작이 무려 절반이다'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글을 마저 읽고, 다시 한 번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1. 완벽한 계획은 필요 없다

우리는 어떠한 프로젝트가 됐건 시작하기 전에 가설이나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려 한다. 막상 일을 벌렸는데 우왕좌왕하고 있어서는 불필요한 실패를 겪는 등 비용 측면에서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것은 너무나 바람직하지만, 정말 문제는 그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야 한다는 강박에 존재한다. 실제론 생기지도 않을 문제를 걱정한다든지,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걱정한다든지 말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출발하기도 전에 지도를 모두 완성한 뒤 출발하려는 것과 같다. 가보지도 않은 갈림길에 대해 어느 쪽이 막다른 길일지 머리 싸매고 백날 고민하는 것보다, 조금 돌아가게 되더라도 일단 걸어 보면서 어디가 막다른 길인지 직접 확인하고 지도를 그려 나가는 게 도착점까지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작에 앞서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말라는 말은 안 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시작 조건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목적을 잃지 않으면, 방향도 잃지 않는다. 그것 하나만으로 시작의 조건은 갖춰진다. 완벽한 계획이나 지침서 같은 건 시작도 전에 얻을 수가 없고, 사실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다.



2. 책임감을 버려라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그 일을 끝마칠 때까지 끌고 가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또한 앞으로 그것을 매일매일 루틴처럼 수행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다시 말해서, 시작은 우리의 일상에 막중한 책임이 하나 더 생겨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주부터는 제대로 해야지', '이번주까지만 쉬어야지'와 같은 말이 나오는 이유 역시 그것이다. 아직은 매일 제대로 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서, 시작을 미룬다.

우리는 시작을 '최선을 다해 반드시 끝을 봐야 하는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끝을 완벽하게 보고 싶은 나머지 그 과정에 필사적으로 집중해 본 경험이 있을 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대학교 과제처럼 마감 기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막중하고 아득한 책임을 지는 일 자체를 두려워하며 시작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은 끝을 봐야 한다는 책임이 아니다. 매일매일 그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쉬고, 어떤 날에는 쉬엄쉬엄 하며, 다른 날에 최선을 다해도 된다. 어차피 우리가 24시간 동안 이룰 수 있는 일의 양에는 상한이 있다. 시작부터 종료까지의 기간이 짧은 사람을 우승시키는 대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걸렸느냐', '매일 악착같이 했느냐'보다 '결국 성공까지 이끌고 갔느냐'이므로 정 힘들면 중간에 휴식을 가져도 된다.

이건 내가 할 게 아니다 싶으면 중간에 가차 없이 돌아서도 된다. '그때 해볼걸'의 후회를 여생동안 짊어질 바에는, 얼마나 그 일이 자신에게 어려웠는지를 일찌감치 깨닫고 내치는 편이 더 행복하다.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닌 성공을 향한 전진이다. 포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쉽게 포기하지는 말아라. 그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했고, 그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안됐는지를 배웠다면 그땐 포기해도 된다. 그럼 다음으로 걸어야 할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포기한 자를 나약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을 시작했다는 포부를 높이 사야 하는 일이다. 그 사람은 분명, 포기하면서도 배운 점이 있었을 것이다.






앞선 두 가지의 조언에 더해서,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해 주려 한다.


시작 같은 건 없다.


시작이라는 단어에 대한 부담감과 무게감을 완전히 지우는 방법은, 이 세상에 시작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작한 기점을 전후로 나누어 시작한 이후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단지 '오늘 했는가?', '오늘 하지 않았는가?'의 여부이다. 매일매일 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할 때는 최선을 다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시작이라는 단어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미루며 낭비할 시간에, 그냥 지금 움직여 보아라. 시작했냐, 시작하지 않았냐의 차이란 없다. 오늘 했냐, 오늘 하지 않았냐. 그 차이만이 존재한다.


이제 다시 한 번 시작이 반이 맞는지를 생각해 보아라. 앞으로 이것을 매일 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을 이겨내고, 그럼에도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이 말은 전제 자체가 틀린 말이었다. 첫 걸음은 아무 준비 없이 지금 당장에도 뗄 수 있다. 어떤 난관은 부딪치며 그 성격을 알아내고 해결하는 편이 빠르다. 경로가 완벽하진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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