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얼쑤 Dec 06. 2021

호텔 좀 둘러볼 수 있을까요?

아는 사람만 알고 즐기는 럭셔리 호텔 아트 투어편

좋은 하드웨어를 갖고 있지만 그걸 제대로 뽐내지 않는 국내 호텔이 많다. 단순히 숙박만을 제공하는 호텔의 문맥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호텔이 이제 등장하고도 남았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매년 반복되는 진부한 숙박 패키지를 미세하게 수정하여 해마다 선보이는 것이 가장 적극적이고 동적인 마케팅이라 할 만큼 호텔 업계는 보이는 것보다 굉장히 정적이다. 아무래도 호텔도 부캐가 있었으면 좋겠다. 진부한 숙박 패키지, 남들이 하는 웨딩 이벤트나 키즈 라운지 말고 특별하고 기발하고 짜릿한 무언가!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문득 떠오른 건 호텔 투어의 연장선이기도 한 아트 투어였다.

당시 아트 투어는 일반 호텔 투어보다 요청 횟수는 훨씬 적었다. 하지만 미술 컬렉터 또는 미술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사람들이 주로 요청했기에 허술하게 준비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몇 층 어디에 있는 그 작품은 뭔가요?’와 같은 기습 질문을 하는 게스트들이 잊을만하면 있었기에 늘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던 작품들은 우리의 전통미가 표현된 함과 백자였다.

별을 많이 단 호텔일수록 더 볼만한 작품들이 많고 실제로 꽤 괜찮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호텔 브랜드들이 몇 있다. 나의 구 직장도 그중 하나. 그 호텔 내부에 비치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은 회화를 비롯해 공예, 조각 등 다양했고 작품의 개수도 100점이 훌쩍 넘었다. 이를 그저 호텔 장식의 일부로 두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 몇몇 작품들은 게스트의 메인 동선과 겹치지 않아 어딘가에 항상 숨겨져 있어 이건 아깝다 못해 안타까울 지경이다.

작년 말, 리뉴얼을 마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에서 눈에 띄었던 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고객 동선 곳곳에 배치를 했다는 점이다. 일상 속에서 더 가까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 작품이 노출되면서 쇼핑 이외의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긴 것이다. 또한 이 작품들은 보기만 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작품을 소장할 수도 있는 기회까지 모두에게 열려있다. 무엇이든지 구매할 수 있는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예술 작품이라니. 옥션 또는 갤러리보다도 더 적합한 곳에 미술 작품들이 자리 잡은 게 아닐까?

백화점과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호텔도 충분히 그 맥락을 함께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꽤 좋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만 그 존재를 아무도 모른다는 게 아쉽다고 말하는 건 이제 입이 아프다. 그리고 꼭 아트 투어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부캐를 갖는 것에 대해 어떤 브랜드가 가장 먼저 고민을 할지 약간의 기대를 걸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호텔 좀 둘러볼 수 있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