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의 천사, 벨로바 라이사 게오르기예브나

by 김다윗

6

백의(白衣)의 천사, 벨로바 라이사 게오르기예브나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신학교 개교를 위해 신입생을 뽑을 때였다. 우린 책상을 가운데 두고 지원자로, 면접관으로 서로를 만났다. 그녀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데, 우리 교회에 다니는 동료 의사 친구로부터 신학교 개교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지원한 것이다. 사십 대 중반의 러시아 여인이었는데 그녀의 많은 근심들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무슨 근심이 그렇게도 많으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얼굴이 금방 빠알게지며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고백을 털어놓았다. 함께 면접시험을 진행하던 선교사님과 함께 그 자리에서 그녀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첫 번째 남편과 헤어지고 그 사이에서 난 아들과 함께 지금은 두 번째 만난 남편과 살아가는 여인이었다.

그녀와 함께 신학교를 지원한 친구도, 그날 함께 시험을 본 다른 이들은 거의 다 신학교에 붙지 못했는데 그녀는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녀는 열심히 신학교를 다녔다. 간호사로 직장 일을 계속하며 신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2년 동안 거의 한 번도 수업을 빼놓지 않았다. 점점 기쁨을 찾아가고 그녀의 얼굴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세례를 받던 날 젖은 머리를 닦으며 얼마나 기뻐했던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후에 그녀는 아르바뜨 교회의 전도사로 임명되어 지금까지 충성스럽게 사역하고 있다. 우리 교회에선 목회자가 되기를 원하는 현지인들에게 마지막 과정으로 선교 훈련원 ‘월드 비전 하우스’를 설립하여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데 아파트 한층 전체를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 임대료가 너무 큰 부담이고 선교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함에 있어 편리하지 못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모스크바 근교에 ‘월드 비전 하우스’를 짓기 위한 기도 제목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적당한 땅이 있다 하여 가 보았는데 자작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좋은 땅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땅보다 너무 넓고 그래서 지가(地價)도 몹시 높았다. 우린 모두 모였을 때에 그러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기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사 게오르기예브나 자매가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그녀는 거듭거듭 이야기를 다할 때까지 끊지 않고 듣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자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월드 비전 하우스’를 짓기 위한 대지 구입을 위해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가를 많이 생각해 보았다 했다. 그녀는 자신이 몹시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수년 전에 맹장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일주일 만에 스키를 탈 정도였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전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검사를 해 본 결과 역시 그녀의 건강은 최고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암시장에 알아보았는데 자신의 ‘신장(腎藏)’을 하나만 팔면 선교 훈련원 대지 구입비의 반을 댈 수가 있고 자신의 건강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옆에서 통역하던 리지야 삐뜨로브나 자매는 이미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아직 믿음이 어린 이들에게 ‘월드 비전 하우스’ 건립 때문에 얼마만큼의 부담을 주고 있었나를 머릿속으로 생각해 내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귀한 생각이며 이미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기쁘게 받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아버지가 자식의 몸을 팔아서 효도하기를 원하겠는 가, 그리고 신체의 일부를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 할지라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큰 계획이 무너짐에서 오는 허탈감을 떨치지 못한 채 말없이 앉아 있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내 말을 수용할 수 없으면 나에게도 의견이 있는 데 당신의 신장을 팔면 땅값의 반밖에 준비되지 못하는 데 나의 것도 하나 팔면 그 땅을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녀는 펄쩍 뛰며 그것은 안 되는 일이라며 그런 것은 생각하지도 말라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그녀는 또 나를 찾아왔다. 자신에게 있는 모든 패물을 가지고 왔다. 이것조차 받지 않으면 자신의 성의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며 내 책상 위에 던져 놓고 재빨리 사라졌다.

그녀는 그 후 선교 훈련원 ‘월드 비전 하우스’의 땅을 구입하기 위해 기어이 그의 삶을 바쳤다. 그가 근무했던 병원에서 장기 근속자들을 대상으로 별장지를 싸게 공급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근무 연한을 가지고 땅을 신청했고 그로 인해 시가보다는 훨씬 싼 대금으로 그 땅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 땅을 받던 날 그녀는 그 넓고 푸른 땅을 뛰어다니며 말뚝을 치고 줄로 그 땅을 둘렀다. 그리고 그날 그녀의 패물은 다시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는 지금 선교 훈련원 ‘월드 비전 하우스’의 원장으로 있다. 그녀의 비전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마리아 테레사 수녀처럼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도 남편과의 사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부부의 문제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처럼 몹쓸 걱정에 휩싸여 있지 않다. 대신 그녀는 많은 무릎 꿇음으로 시간을 바친다. 나도 나의 가정적인 어려움으로 많은 괴로움을 겪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나를 찾아오는 동료 선교사들도 없었고 내가 찾아갈 곳도 없었다. 하루 종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보내는 날들이 많았다. 같은 층에 있는 내방과 강의실 그리고 기도실로만 오가는 나날들이었다.

하루는 라이사 자매가 스키 세트를 가지고 와서 나를 찾았다. 이러다가는 병이 날 것이라는 것이다. 나를 숲 속 눈밭으로 이끌고 가서 스키 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지난해 그 힘들고 어려웠던 추운 겨울을 스키를 타며 지냈다. 그녀는 흰옷 입은 천사다. 슬픔도 알고 고통도 당하는 천사다. 난 그녀가 일하는 병원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흰 가운 입은 천사의 모습을 생각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차가운 흰 눈 덮인 벌판 위에 서있는 모스크바의 흰옷 입은 천사다.

이전 05화맥가이버로 통하는 물개, 까발스키 랩 시묘노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