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채석장 아이들

by 김다윗

골프장 인근에 채석장이 있다. 그곳에는 나지막한 돌산에서 큰 돌을 캐내어 아이들 주먹만한 크기로 부수어 건설현장에 보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거리를 찾아서 시골에서 올라온 가족들은 채석장 주변에서 판잣집을 짓고 생활하며 나머지는 원래부터 채석장 부근 마을에서 사는 주민들이다.

이곳에는 아이들만 500여 명이 있다. 그곳의 아이들은 대부분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글을 읽지 못한다.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곳에 한국인 P선교사님이 일주일에 두 번 그들에게 쌀과 빵을 나눈다. 나도 전에 두어 번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선교사님은 일여 년 전부터 채석장 주변에 햇빛가림막을 치고 일요일 아침마다 어린이들을 모아 시멘트포대를 방석으로 삼아 흙바닥에 앉혀놓고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친후에 막대사탕 하나씩을 받아 들고 신나 하는 아이들을 나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선교사님은 당신에게 사정이 생겨 곧 귀국하게 되셨다는 소식을 들고 우리 집을 찾아오셨다. 그리고는 사용하다 남은 식재료를 이것저것 챙겨 한아름 주방에 내려놓으셨다. 연배가 비슷하기도 했고 간혹 만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던 터라 마음이 섭섭하고 많이 아쉬웠다. 함께 사역을 돕던 현지인들에게 한 달간의 식사봉사를 맡겼는데 그 후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시며 당장 어린이 예배는 중단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홀로 이곳에서 수고한 선교사님이 떠나시는 것도 마음이 저리고 사탕 하나에 기뻐하던 아이들의 상실감도 클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들은 소식에 나는 더 생각할 겨를이 없이 내가 그 일을 맡아서 대신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운명처럼 다가온 채석장 사람들

하루종일 온 가족이 달라붙어 투박한 망치로 돌을 깨어 하루에 쌀 2kg도 구입하기가 힘든 사람들, 그 바람 부는 먼지 가득한 벌판 햇빛아래서 까맣게 익어가며 깨어지는 돌먼지를 삼키며 자라나는 아이들, 단칸방의 가정마다 아이들로 가득하고 새 아기들로 인해 주기적으로 배가 계속 불러오는 많은 엄마들 , 주변에 물이 없어 씻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가족들, 일고 여덟 살 되는 소녀들이 먼 길을 걸어 때 묻은 20리터 플라스틱 통에 물을 담아 머리에 이고 길어와 식수로 아껴먹는 수많은 사람들......

그날 밤부터 나는 그들을 꿈속에서 만났다. 그렇게 P선교사님은 떠나시고 나는 그 채석장을 드나들게 되었다.

그동안은 새벽에 일어나 밥 지어 아이들 아침밥을 챙기고 곧장 골프장에 데리고 가서 라운딩 하는 것을 지켜보며 따라다니다 마치면 다시 태워서 연습장으로 가서 어두울 때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밥을 해서 먹이고 한국에 있는 아내와 딸들 생각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나는 이제 그 일외에 또 다른 일이 생긴 것이다. 채석장 천막교회의 목사가 되었다.

모여드는 채석장 사람들

화요일에는 쌀을 나누고 목요일에는 바게트 빵을 나누었다. 그리고 일요일 예배 후에는 막대사탕대신 식사에 도움이 될까 해서 바게트빵을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예배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들 백여 명이 왔었는데 점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누는 빵도 덩달아 이백 개, 삼백 개, 사백 개가 넘어가고 오백 개의 빵도 모자라게 되었다.

채석장 하늘아래 햇빛 가림막은 바람이 불어 흔들리고 찢어지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들었다. 햇빛 가림막을 하나 더 매달고 시멘트포대 방석대신 대형 시트를 깔았다.

나는 그 채석장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어디서도 느끼지 못한 감사와 경외심을 느꼈다. 오백여명의 사람들이 바게트 빵 하나를 받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이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내가 이 땅에 서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자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을 위해 내가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우리가 이 먼 곳까지 와서 이토록 골프에 땀을 흘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우리의 골프백 위에 얹혀졌다.

먼지 나는 채석장에서 그들이 삶의 끈을 굳게 잡고 이렇도록 건강히 지내는 이들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고맙다.
오늘은 빵을 나누는 목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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