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전거 여행 (프롤로그)

by 하늬바람


(내 맘대로 문학기행)


- 제주도 자전거 여행 프롤로그 -


자전거에 대한 저의 추억은 아주 오래전으로 향합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렸을 적에 아버지 자전거 뒤에 앉아서 신나게 가다가 제 발뒤꿈치가 자전거 바퀴에 말려들어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어머니는 두고두고 그 상처를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납니다.


약도 변변치 않던 시절이라 상처부위에 된장을 바르고 조금 지나선 갑오징어 뼈를 갈아서 뿌려주었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지금 다시 발뒤꿈치를 살펴보니 상처도 세월에 따라 약해지는지 기억만큼이나 희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자전거를 배우며 뛰어놀던 기억이 납니다.


두 손 놓고 타기, 오른발로 페달을 굴리다가 왼발로 옮겨서 올라타기, 안장 위로 앉거나 서기 등등.


놀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자전거는 당시 좋은 놀이거리이자 친근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생활 도구이자 운반수단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날렵한 자전거가 아니라 짐발이라 불리는 자전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자동차도 귀한 시절이라 웬만한 모든 짐은 이 짐발이가 대신했던 기억이 납니다.


널찍한 안장에 지게처럼 이삿짐이고, 막걸리고 다 이고 다녔으니까요.


언젠가는 아버지와 삼촌 따라 자전거를 가지고 낚시를 갔던 기억도 어슴프레 떠오릅니다.


강가에서 저와 삼촌은 자전기 페달을 손으로 돌리고 거기에서 발생된 전기로 아버지가 강물에 전기를 흘려 물고기들이 강물에 떠올라 잡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추억 때문인지 지금도 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면 김소월의 시에 노래를 붙인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곤 합니다.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들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뒷문밖에는 갈 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아이패드로 그린 내 자전거)



세월이 흘러 흘러 군대를 다녀오고 자전거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뭔가 좀 더 건강하고 의미 있게 살겠다는 생각과,

당시 286 컴퓨터가 처음 나오던 시절인데 부모님 도움 없이 제가 벌어 사보겠다는 생각으로 새벽에 자전거 타고 신문을 돌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돈으로 한 달에 십만 원씩 총 백만 원 넘게 벌어서 드디어 컴퓨터를 장만했습니다.

그때 자전거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대학 캠퍼스 절반을 제가 커버했는데 그때만 해도 다들 신문을 보던 시절이라

교수실, 학생회실, 사무실 방마다 뛰어다니며 집어넣고, 어떤 곳은 고무줄로 묶어서 자전거에 앉아서 3층까지 던져 넣는 기술도 부리고 했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제 자전거 뒤에 한 여학생을 앉혀서 같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제주 여행하면서 20kg 즈음되는 짐도 무거워서 힘들던데 그때는 50 kg 정도(?)되는 그 녀는 왜 무거웠던 기억이 없는 걸까요..


아마 그 여학생이 실제로 깃털보다 가벼웠거나 제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기 때문이겠죠.


갑자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직장 생활하는 중에 생활 스포츠가 대중화되고, MTB라는 자전거와 만나게 되고


회사 출퇴근도 가끔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장기 교육파견 중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따릉이로 한강변으로 학교를 오가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제 인생의 자전거 이야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자전거는 좀 탔지만 자전거 여행은 초보인데 기회가 돼서 이제 여기 제주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일, , 제주도 환상 자전거 도로 일주..

이제 그 길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