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문학, 영화
( 내 맘대로 문학기행 )
- 로드 문학, 영화
제주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해변가에 외로이 홀로 서있는 카페는
예전에 읽었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소설에 나오는 카페를 연상하게 했습니다.
( 아이패드로 그려본 서우봉 해변 )
이유를 알지 못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희망과 냉소,
가슴을 뒤흔드는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다시 잡아들었습니다.
거기에 나온 문장을 옮겨봅니다.
"새들이 왜 먼바다의 섬들을 떠나 라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발치께에 죽어있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삶에 어떤 이유가 꼭 있어야 되는지에 대한 냉소적인 대답 같기도 한 소설이었고,
저자인 로맹가리라는 위대한 작가를 알게 된 책이었습니다.
어쨌든 제주에서 만난 함덕 서우봉 해변은 그 소설 속 그 장면과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랄까요..
< Opening >
저번에 올린 마지막 부분 다시 보시고 이번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제주의 하늘과 바다는 색이 같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가끔은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어렵기도 합니다.
아마도 제주의 주변은 늘 바다이기 때문일 겁니다.
- - - 저번 이야기 마지막 끝..
이번 이야기는 여기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바다가 하늘을 물들였을까요?
아니면 하늘이 바다에 자기 색을 풀어놓았을까요?
저 멀지 않은 수평선에 둘이 맞닿아 있는 걸 보면
제주에서 보는 하늘과 바다는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하늘이 울면 바다는 슬퍼하고, 바다가 출렁이면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화창한 날엔 바다는 물결에 부서지는 햇살을 담아 저의 눈을 부시게 합니다.
자전거 여행할 때 하필 장마철과 겹쳐서 여행 내내 슬픈 하늘과 그 하늘의 슬픔을 담은 파도를 많이 만났습니다.
제주 한 바퀴 도는 자전거길은 바다가 보이는 길로 240km 정도 되는데, 계속 그 바다와 파도와 함께 했습니다
파도가 그리도 돌아다는 이유는 바다를 찾기 위해서랍니다. 바다야 어디있니? 하면서 계속 여기저기 밀려왔다 돌아갔다 한다는 거죠. 사실 어찌 보면 파도는 자신이 바다라는 걸 모른다는 거죠..
( 가츠시카 호쿠사이 - 유명한 그림이죠
"거대한 파도" )
- -
이 말을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결국 파도는 바다의 일부이고, 내가 바다인데 나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나 자신은 바로 내가 속한 곳, 가정이나 직장 같은 사회의 삶의 터 안에 있는 내가 바로 "나"이고 그곳이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이란 뜻이겠죠..
꼭 혼자 제주 여행하는 지금 내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가끔은 파도가 돼서 제주 해변가 돌들과 부딪히며 이런 사색을 해보는 시간도 좋네요...
그럼 더 큰 바다로 잘 나아가려나요?
문학에는 로드 문학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영화나 영상으로는 로드 무비, 로드 다큐라 합니다.
오디세이아가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트로이 전쟁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을 담은 대서사시 이니까요.
제가 읽은 책 기준으로 로드문학의 고전으로는 80일간의 세계일주, 오즈의 마법사 가 떠오릅니다.
로드 영화로는 유명한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로드 코미디이지만 잘 만들어진 ‘덤 앤 더머’
그리고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 이런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제주를 자전거로 쭉 돌다 보니 이런 작품들의 여정이 자연스레 연상됩니다. 저도 나름 로드 여행 중이니까요..
이런 로드 장르의 작품의 특징은 원래 추구했던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길을 가는 도중 여러 에피소드와 해프닝을 통해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다른 것들을 얻게 됩니다.
소설의 구조, 장치 같은 건데요.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면 내기를 한 기간 안에 달성하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는 식이죠.
물론 지구를 거꾸로 돌아서 하루를 벌게 돼서 해피엔딩입니다만...
주로 로드 작품들은 우리가 인생에서 내가 원한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걸 얻을 수 있다.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인생이 그러하기도 하고, 인간은 그런 서사 구조를 좋아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인데 로드 문학의 특징은 많은 대사보다는 길 위에서 변하는 주변 경치, 장소와 주인공들의 내면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저도 혼자 여행하면서 저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마무리 들어갑니다.
저의 제주 여행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우연과 필연의 오묘한 세상 이치도 조금 알겠고,
살면서 내가 더 행복해질 방법도 알 나이가 되었으니,
앞으로의 제주여행. 남은 인생 여행도 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