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째) 금주(禁酒) 일기
나의 금주(禁酒) 일기 - 12일째
( opening )
이 글의 목적은 금주과정을 기록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고로 그 과정을 지켜보고자 이 글을 읽으신다면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먼저 해야겠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연결되는 생각의 고리와 파편들로 이 글들이 채워지리란 생각은 해봅니다.
그리고 첫 편에서 자전거 펑크와 더불어 우연과 필연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였고, 두 번째 편에서는 아버지와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
나의 조그만 하늘을 소중하게 느끼는 것,
내 눈에 어린 주변의 것들을 껴안는 게 자기에게는 더 큰 삶이라고 시인은 이야기합니다.
...
저는 금주(禁酒) 의 새 세상을 만나고 있는 걸까요? 내 인생에 술이 없던 옛 시절로 돌아간 걸까요?
여기까지가 저번 이야기입니다.
. . . . ( 오프닝 끝 )
오늘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금주한 지 며칠이나 된다고 이런 글을 쓰는지 생각도 들지만 음주나 흡연이라는 습관 대신 글 쓰는 좋은 습관을 키워나가는 중입니다.
모든 것은 습관에서 비롯된다고들 말합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고 합니다. 이 습관이 모여 사람의 성격이 되고, 성격은 운명을 바꾼다고 까지 합니다.
저의 흡연과 음주는 오래된 습관이 맞습니다. 이게 심해지면 중독, 홀릭, 의존증 이런 게 되는 거겠죠. 적당한 음주도 좋은 습관으로 만든다면 좋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그나마 저의 좋은 습관은 자전거 타기, 책 읽고 쓰기, 정도는 있습니다. 습관은 내 삶에 일정한 속력을 유지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
얼마 전 자전거 라이딩을 하다가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를 만났습니다.
자전거로 만난 비행기를 보면서 묘하게 둘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비행기가 뜨는 원리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 양력, 날개에 의한 공기흐름, 베르누이의 원리 여러 원리를 들이대지만 정확히는 현대 과학기술로는 모른다고 합니다. 그 무거운 게 뜨긴 뜨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라이트 형제 이후로 뜨긴 뜨는데 뜨는 원리는 정확히 모른다는 거고, 계속 날아갈 수 있는 이유는 속력 때문입니다.
속력을 내주는 동력이 꺼지면 비행기는 추락합니다.
두 바퀴인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이유도 속력 때문입니다.
속력을 낼 수 있는 나의 발과 페달이 멈추면 바로 넘어집니다. 움직이는 물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바로 속력입니다. 일상의 삶과 직장생활, 가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일정한 속력이 나를 지탱해 줍니다. 그 속력을 내는 원동력은 습관 같은 거라 생각됩니다.
빠른 속력은 아니더라도 내 수준에 맞는 일정한 속력을 갖고 사는 게 내 삶의 균형도 잡아주고, 넘어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인 게 분명합니다.
어떤 책에서 읽은 문장이 생각납니다.
"남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고귀한 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자가 고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남의 속도에 신경 쓰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속도로 나의 삶을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속력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균형, 즉 밸런스는 제가 하는 일에서도 제일 중요한 개념입니다.
균형이라는 구조적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모든 건 붕괴되는 것이니까요. 교량, 건축물, 조경물, 시설, 등등 다 마찬가지입니다.
밸런스란 개념은 미학적으로도 정말 중요합니다. 균형이 무너지면 미학적으로 사람 눈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황금비율, 대칭, 비례 개념 등이 이러한 균형감을 뒷받침합니다.
몬드리안의 "구성" 그림들은 추상화의 극단을 달립니다. 그냥 색과 칸을 나눠놓은 틀.. 이게 전부입니다.
(구성. 몬드리안)
몬드리안은 이 그림들을 그려놓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림이란 비례와 균형 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결국 색의 구성, 균형, 비례 이런 거다고 주장한 몬드리안의 실험적 모험이 성공했습니다.
물론 자신의 그림은 미학을 주장하기 위한 도구였던 거니까요.
요즘엔 우리 사회가 그동안 너무 한쪽에 기울어 있었던 것을 바로 잡아 균형을 잡는 과정을 만나게 됩니다.
구조물, 사회관계, 노사, 남녀, 세대 등등, 그리고 직장과 가정의 균형, 직장 내 관계 등등 모든 것에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안 되겠죠.
남을 보는 눈, 내 안의 불안정 이런 것들도 포함해서..
그게 기울어 있거나 일방적인 관계였다면 언젠가는 균형을 잡으려 폭발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게 자연법칙이니까요.
어쨌든 12일의 금주기간으로 속력과 균형을 이야기하긴 어설프고 주제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나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자전거 페달을 멈추고 잠시 쉬어갈 때는 언제일까 생각하며 이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