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당에 낙엽이 늘 많다. 아침마다 치우지만 다시 금방 쌓인다. 우리 집은 화분에 심은 블루아이스 말고는 나무가 없다. 침엽수인 블루아이스는 낙엽을 떨구지 않는다. 이웃집 나무들이 겨울준비에 한창이라 우리 집 마당에도 낙엽이 쌓인다. 옆집과 뒷집의 감나무, 대나무, 복숭아나무 등등 이웃집 나무들 덕분에 수북수북 쌓인다.
우리 집 앞마당은 잔디, 뒷마당은 콘크리트 바닥이다. 잔디밭에 굴러다니는 낙엽은 운치 있어 그냥 둔다. 쓸어내기도 보다는 하나씩 주워야 하는 데다, 바람 불면 바람 따라 날아가기도 해서 그냥 둔다. 뒷마당은 쓸어야 한다. 뒷마당에 군데군데 만들어 놓은 물 빠짐 배수구는 낙엽의 집합소가 되었다. 낙엽이 배수구와 그 근처에 일단 자리를 잡으면 바람이 불어도 꼼짝하지 않는 것 같다. 작년 장마 때 겪은 빗물받이 홈통의 분수쑈 경험도 있는 데다 도심의 배수구를 막아버린 담배꽁초와 쓰레기 때문에 비 피해가 커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배수구가 막히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아침마다 마당을 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집에 낙엽이 웬 말이냐? 돌려보내고 싶구나. 궁시렁궁시렁
15분 남짓 걸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쨌거나 허리 아프잖아. 궁시렁궁
배수구를 막지 않을 정도로 빗자루질을 한다. 내일 또 쌓일 건데 뭐. 궁시렁궁시렁.
마당을 적당히 쓸고 하늘을 보았다. 감의 주홍색과 하늘의 파란색이 어우러진 풍경이 끝내준다. 경상도식으로 표현하면 죽여준다. 예뻐~ 덕분에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마당 쓸면서 궁시렁궁시렁 거린 것을 취소하고 싶다. 마당 쓸고 받은 품삯이 꽤 근사하다. 이런 눈호강 대신 하는 마당 쓸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쁜 풍경 덕분에 갑자기 착해진 기분이다. 역시 인간은 예쁜 걸 보고 살아야 하나보다.